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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운대 입시서류 “몽땅증발”/사정원부·내신카드 등 5년치 3만명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대규모 부정 숨기려 폐기한듯/교육부 감사 “조사할 자료 없어”8일째 중단
부정입학사건으로 경찰수사와 교육부의 특별감사를 받고있는 광운대에서 92,93년 입시의 객관식 답안지인 OMR카드가 증발된데 이어 내신성적이 기록된 서류와 입시사정원부 등 엄청난 양의 입시 관련서류가 몽땅 없어진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에따라 4일부터 시작된 광운대에 대한 교육부의 특별감사 업무가 조사할 자료가 없어 8일째 사실상 중단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교육부 감사반에 따르면 광운대에 93년 후기 입시서류를 제외하고 교무과에 있어야 할 최근 몇년간의 입시사정 관련 모든 서류가 보관돼있지 않아 감사업무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광운대측이 지금까지 밝힌 것보다 훨씬 대규모의 입시부정을 감추기 위해 교육부 감사 이전에 조직적으로 수만명분의 방대한 입시관련서류를 폐기한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없어진 서류는 지원자의 신상명세가 기록된 입학원서와 학생관리카드·학적부 등 입시사정과 무관한 일부 서류를 제외하고 ▲입시사정원부 ▲주·객관식 답안지 ▲학교별 석차연명부 등 채점의 근거가 되는 입시관련자료 일체다.
특히 입학원서의 경우 입학생의 신상명세를 기록하는 원서,고교내신성적을 적어놓은 전산관리카드,수험표,접수증 등 1장이 4쪽으로 구분되는 양식이나 그중 전산관리카드만 떼어져 증발됐으며 학적부에도 학력고사 점수란이 기재돼있지 않아 학교측이 입시 관련 부분만 골라 철저히 폐기한 것으로 보인다.
입시관련서류는 4년이상 의무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교무과에서 없어진 서류는 ▲89년 4천3백42명 ▲90년 1만3백79명 ▲91년 7천9백68명 ▲92년 7천3백66명 ▲93년 전기대입시 1천3백66명 등 89년 이후 광운대를 지원한 3만1천4백21명분의 엄청난 분량이다.
한 감사반 관계자는 『경찰이 압수했다 8일 되돌려준 93년 후기대 일부 서류를 제외하고 모든 입시서류가 없어 사진과 신상명세 대조작업 등 형식적인 조사만 하고있을뿐 성적조작 등에 대해서는 아예 조사도 못하는 형편』이라고 밝혔다.
이 감사반 관계자에 따르면 감사직후 학교측은 『경찰이 최근 몇년간의 입시 관련서류를 모두 압수해가 제출할 수 없다』고 답변했으나 8일 경찰에 조회한 결과 압수한 서류가 93후기대 입시분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조하희교무처장 등 교무처 직원들이 경찰에 구속되거나 잠적,증발된 서류의 행방을 알 수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사 취재팀은 평소 주위에서 부정입학생이라는 의심을 받아오던 89년 공대입학자 C군(22)을 추적,출신고교에 조회한 결과 내신 8등급이었고 입학후 1학년 2학기때 성적불량으로 제적된 사실을 대학학적부에서 확인했으나 입시 관련서류가 없어 부정입학 여부를 가릴 수 없었다.
감사반은 당초 조 교무처장이 경찰에서 부정입학이 있었다고 진술한 92년 후기,93년 전·후기 입시 이전에도 대대적인 부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관련자료의 행방을 찾고있으나 학교측이 소각 등 방법으로 폐기했을 경우 부정 전모를 밝혀내는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며 고의적인 증거인멸에 대해서는 별도로 엄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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