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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 인맥·「부정입학」 동업/드러나는 브로커일당의 범죄연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한양대·덕성여대 이어 광운대도 간여/분업형태로 전문적 조직 가능성 높아
입시부정 수사가 진전되면서 한양대·덕성여대·국민대 등 대리시험사건의 범인들이 교수·대학교직원·고교교사 등을 중심으로 한 「입시부정커넥션」의 일원으로 이들이 서로 분업의 형태로 「범죄동업」을 해온 것은 물론 광운대 부정입학에도 깊이 관련돼 있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금까지 대리시험사건으로 경찰에 적발된 사람은 ▲신훈식(33·광문고교사)일당 6명 ▲대일외국어고교사 김성수(38)·정인석(38) ▲김준황(55·고려고교사)·노양석(59·전 고려고교사) ▲브로커 김광식(52)씨 등이다.
신씨 일당은 학부모들로부터 5억여원을 받고 한양대·덕성여대에 2년간 12건의 대리시험을 시도,이중 8건을 성공시켰다.
대일외국어고 교사 김씨는 올 국민대 입시에서 제자 1명을 대리시험으로 합격시켰고 고려고교사 김씨도 동료교사였던 노씨를 통해 올해 한양대에 대리시험을 주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겉보기에는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내부를 살펴보면 거미줄같은 인맥으로 이어져 있다.
신훈식·김성수씨는 대일외국어고에 함께 근무했을 뿐 아니라 서울 중계동 아파트 상가건물에 공동투자하려 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신씨는 브로커 김광식씨로부터 위조된 내신성적표를 1천5백만원을 주고 사는 등 「거래」가 있어왔으며 브로커 김씨는 김성수교사와 K대학 선·후배사이였다. 또 김광식씨는 9일 적발된 김 교사·노씨 등과 80년대말까지 고려고에서 함께 근무했었다.
결국 이들은 모두가 「서로를 알고 있는 사이」였음이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연관은 광운대 입시부정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신씨 일당인 이정택씨(57)는 올 후기대 입시에 자신의 아들(19)을 광운대 전자공학과에 부정합격시켰다.
구속된 학부모 명혜화씨(46·여)는 경찰에서 『92년 여름 동창회에서 대일외국어고 김성수교사를 찾아가면 대학에 들어가는 길이 있다는 말을 듣고 후기대 시험을 앞두고 김 교사를 찾아가 돈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대리시험 사건의 범인인 이씨와 김 교사가 모두 광운대 부정입시에서도 연관을 맺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결국 이들이 공범이거나 최소한 정보를 교환해가며 전문적으로 입시부정을 저지르는 「입시부정 커넥션」의 분업조직임을 추정케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 전체의 본질이 파악되기 위해서는 이들의 개별 범죄내용과 함께 이들이 서로 어떻게 도와가며 범행을 저질렀는지 밝혀져야만 한다.
이번 입시부정 수사에서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은 왜 대리시험이 한양대 안산캠퍼스에만 집중돼 있느냐는 것이다.
신씨 일당이 지난해와 금년 계획한 대리시험은 모두 12건이며 이중 4건은 대리시험 학생을 구하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실패하고 8건은 성공했다.
신씨 일당의 12건중 한양대 안산캠퍼스를 대상으로 한 것이 무려 9건이다. 전·현직 고려고교사들에 의해 저질러진 여의도고생 2명의 대리입시사건도 한양대가 대상이었다.
광운대 부정입시 사건에서 한양대 안산캠퍼스 정안수관리과장(51·구속) 등 이 대학 4명의 교직원들이 관련돼 있음이 확인된 점도 우연으로 넘기기엔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그밖에 광운대가 학교시설투자 등에 지출한 재원출처,돈을 준 학부모들의 자금출처 등도 명확히 규명되어야 할 의혹들이다.<김종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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