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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좀 더 열심히 하라(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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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모처럼 국회가 열리지만 시기적으로 매우 어정쩡한 상황에서 각 정당의 준비태세도 미흡해 제대로 국회다운 국회가 될는지 걱정스럽다. 정권교체를 눈앞에 두고 있어 곧 물러날 정부측을 상대로 국회가 정색으로 따지기도 어렵고 정당들도 각기 마음은 딴데 가있어 진지한 국회운영이 될는지 의문이다. 민자당은 정권인수와 요직에 마음이 쏠려 국회에서도 새총리 임명동의를 받는 것외엔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고,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경쟁이 바쁜 민주당은 이른바 「용공음해」 문제에만 매달리고 있으며 국민당은 정주영대표 기소문제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러나 따져보면 이번 임시국회는 매우 중요한 성격을 띠고 있고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국회다. 우선 이번 국회는 대선이 끝난 후의 첫 국회이자 올해 연두국회다. 뿐만 아니라 노 정부 5년을 결산하는 마지막 국회요,새정부 첫 총리의 임명을 동의하는 국회다. 따라서 이번 국회는 정치적으로 지난 대선을 매듭지어야 하고 올해 국정의 큰 줄거리를 검토해야 하며 노 정부 5년을 총괄 평가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그리고 새 정부의 출범에 따른 각 정치세력의 주문과 비판,국정의 견해차 등이 나와야 할 국회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 온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대입부정사건을 위시해 통상정책·경기대책 등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같은 화급한 현안들도 산적해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임시국회가 다분히 형식적 운영에 흐를 것을 경계하면서 각당과 정부측에 대해 몇가지 당부를 하고자 한다.
먼저 각 정당은 좀더 열성을 내야 한다. 이런 부탁을 하는 것 자체가 한심스럽지만 각당의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이런 부탁을 안할 수 없게 된다. 먼저 민자당은 이번 국회를 요식적인 것으로만 볼게 아니라 국정현안을 논의하고 원만한 정권교체를 위해 여야의 지혜를 모으는 자리로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국회에서 새 정부가 추진할 각종 개혁정책을 뒷받침할 제도적·법적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 악법 개폐,선거법·국회법개정 등 정치개혁·선거개혁작업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야당들도 종래처럼 국회를 정치공세의 무대로만 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용공음해나 야당대표 기소문제는 따져야겠지만 그것 말고도 할 일은 많다. 정권교대작업은 잘 되고 있는지,과도기에 국정공백은 없는지,대입부정 등 현안처리는 잘 하고 있는지… 야당이 힘을 내야 할 일은 얼마든지 있다. 국익차원의 야당역할이 이번 국회에서부터 발휘되기를 국민이 바라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정부측은 임기말이라고 하여 국회를 귀찮게 여기고 배를 내밀어서는 안된다. 임기 마지막날까지 책임지는 자세로 국회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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