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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돈」입학 32명 절반이 8학군 출신/3분의 2가 재수이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시험공포 등 질환 많아/본인은 합격 모르기도
올해 광운대 후기입시에서 돈을 주고 대학합격증을 사려했던 사람들 중에는 사회에 모범을 보여야 할 유력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돼 또 한번 충격을 주고있다.
이번에 적발된 부정합격자 32명의 학부모중 절반가량인 15명이 대그룹 고위간부·기업체사장·육군장성·전문의·약사·교사·유치원원장 등이었다.
이들은 대학에 1억∼1억5천만원이라는 거액의 「검은 돈」을 기부하고 자신의 자녀들을 「뒷문」으로 들여보내려는 그릇된 자식사랑을 하다 쇠고랑을 차야하는 운명에 처해있다.
부정입학자중 현대고·경기여고·영동고 등 소위 8학군 출신이 전체의 절반인 16명으로 유난히 많다. 또 올해 졸업예정자는 3분의 1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재수생이었으며 3수생 이상도 전체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공부라면 진절머리를 내는 학생들인 셈이다.
때문에 시험공포증이나 노이로제 등 정신질환을 앓고있는 학생들도 많다는 뒷얘기다.
한 수험생의 경우 발표가 이미 있었는데도 정작 본인은 합격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개인사업을 하는 J씨의 경우 맏딸(21)이 입시에서 세차례나 연거푸 낙방한뒤 불면증과 신경쇠약 증세까지 걸려 입시준비를 못하게 되자 광운대측에 1억원을 주고 불법입학시키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부모들이 광운대와 접촉한 경로는 여러가지로 나타났다.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고있는 학부모 윤모씨(47·서울 광장동)는 20여년동안 광운대에서 식품점을 경영하면서 조하희교무처장과 알게된 것이 인연이 돼 전재산인 1억원을 조 처장에게 주고 아들(20)을 전기공학과에 부정입학시키려다 그만 물거품이 됐다.
건물임대업을 하는 이모씨(50·여)의 경우 아들(19)을 가르치는 가정교사를 통해 조 처장에게 1억4천만원을 주고 경영학과 입학을 약속받은 것을 비롯,학교와 학부모를 연결시킨 알선자는 담임교사·목욕탕주인·대학교직원 등 다양했다.
그러나 「검은 돈」은 어김없이 조 처장에게 흘러들어가고 있어 이번 입시부정이 조 처장에 의해 주도됐음을 시사했다.
특히 부정합격생 32명에서는 빠졌지만 역시 성적이 고쳐진 것으로 추가확인된 9명의 경우 본인의 본래 성적으로도 합격권에 들어 사후처리가 관심거리. 돈거래 부정이 없었다면 성적이 고쳐질리 없는 것이 분명하나 본인의 성적만으로도 합격할 수 있었던만큼 부정합격 판정에 논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이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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