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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이창호·박영훈 "후지쓰배 10연패 걱정 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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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2007년 들어 세계무대에서 참패를 거듭해온 한국 바둑이 설욕의 기회를 잡았다. 무대는 7일 도쿄 일본기원에서 재개되는 20회 후지쓰배 세계선수권 준결승전. 한국은 이창호 9단과 박영훈 9단이 출전해 대회 10연패를 노린다. 9일엔 같은 장소에서 결승전이 열리는데 준결승과 결승 모두 단판 승부다. 우승상금은 1500만 엔.
 
이번 후지쓰배 준결승전은 오랜만에 보는 한·일전이다. 이창호 9단은 장쉬 9단과 박영훈 9단은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 9단과 각각 맞선다. 근래 세계바둑을 주름잡아온 중국세가 일찌감치 전멸한 탓에 한국 우승은 좀 더 손쉬워진 감이 있다. 1988년 시작된 후지쓰배는 처음 5년간 일본이 잇따라 우승했으나 93년 유창혁 9단이 첫 우승을 따낸 이후 한국의 독무대로 변했다.

한국은 모두 12회 우승했고 이창호 9단은 2회, 박영훈 9단도 2004년에 바로 이번 준결승 상대인 요다 9단을 격파하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장쉬나 요다는 세계대회 우승이 각각 한 번 뿐이다. 세계대회 22회 우승에 빛나는 이창호 9단과는 전적면에서 대차가 난다.

그러나 프로들은 장쉬를 일본 제일의 실력자로 꼽는다(이세돌 9단은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까다로운 상대로 구리 9단과 장쉬 9단을 꼽았다). 더구나 이 9단은 최근 컨디션 저하로 고생하고 있으며 각종 기전에서 젊은 후배들에게 고전하고 있는 것 역시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세계대회 우승도 2005년 3월 춘란배가 마지막이다.
 
이 점에서 이 9단에게 이번 후지쓰배가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박영훈 9단의 상대 요다 9단은 바로 얼마 전 일본 본인방전 도전기에서 다카오 신지(高 尾紳路) 9단에게 3대0으로 완패했다. 한동안 ‘한국 킬러’로 이름을 날렸으나 나이도 이미 41세여서 이창호 9단보다는 쉬운 상대를 만났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부터 부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박영훈이기에 그 역시 이번 후지쓰배가 중요한 길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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