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 예일대 레빈 총장이 1억달러짜리 건물 산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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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의 예일대가 1억 달러(약 930억원)를 들여 연구 중심의 과학.의학 캠퍼스를 새로 마련한다. 이 분야가 다른 대학에 비해 약하다는 소리를 들어왔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명문대지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쉼 없이 투자하고 노력하는 것이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4일 예일대학이 제약회사 바이엘 헬스케어 본사 건물(부지 55만㎡)을 매입해 과학.의학 캠퍼스로 쓸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예일대는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에 주 캠퍼스가 있는데, 새 과학캠퍼스는 여기서 남서쪽으로 11㎞ 떨어져 있다. 이곳에는 연구소.사무실.창고 등 바이엘 헬스케어가 사용하던 17개 건물이 있다.

대학 측은 제약회사가 쓰던 건물이라 조금만 리모델링하면 강의실이나 대학 연구시설로 사용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리처드 레빈 예일대 총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새 캠퍼스 매입으로 몇 년 내 과학과 의학 분야 연구 실적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학부 과정을 새 캠퍼스로 옮겨가진 않겠지만 학부생도 새 과학관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예일대가 1억 달러를 들여 이 건물을 매입한 것은 아이비 리그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과학.의학 부문 경쟁력이 다른 대학에 비해 밀리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05년 미국국립보건원(NIH)으로부터 연구성과에 따라 예일대가 받은 교부금은 3억3700만 달러로 미국 대학 중 10위였다. 또 상무부 산하 과학.기술 분야 연구지원 계획을 수립하는 미국국립과학재단(NSF)으로부터 받은 연구개발기금은 전체 대학 중 19위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레빈 총장이 결단을 내렸다. 1993년 총장에 취임한 그는 더 넓은 캠퍼스가 필요하다고 말해왔다.

뉴헤이븐의 메인 캠퍼스는 121만 ㎡로 컬럼비아대학보다 8배나 넓지만 그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7년 전 21세기 비전으로 새 과학관과 의학관을 짓기 위해 1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하고, 지금까지 5개 건물을 완공했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건물도 있다.

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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