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추적] 이명박 부동산 의혹 끊이지 않는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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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명박 경선 후보가 5일 대구 엑스코(EXCO)에서 열린 당 대구선대위 발대식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대구=오종택 기자]


한나라당 이명박 경선 후보를 둘러싼 부동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14일 이 후보와 처남 김재정씨의 충북 옥천 임야 매매 건이 보도되면서 촉발된 이 후보의 '부동산 문제'는 지금까지 제기된 것만 예닐곱 가지에 달한다.

부동산 문제가 자꾸 구설에 오르는 것은 이 거래들이 대개 비슷한 패턴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 후보의 처남 김재정씨와 큰형 이상은씨가 매매에 관여돼 있으며 ▶매매가 이뤄진 시기에 이 후보가 개발 정보를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점이다.

이 후보는 '억울하다'고 말하지만 이런 점은 그가 부동산 논란에서 쉽게 발을 빼기 어렵게 하고 있다. 5일 제기된 '도곡동 땅' 문제도 그렇다.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재정.이상은씨는 1985년 현대건설로부터 도곡동 169-4번지 306㎡(92평)를 매입했는데 이 후보는 당시 현대건설의 사장이었다.

김.이씨는 이 땅 외에도 163-4, 164-2번지 1853㎡(560평)를 전모씨에게서 사들였으며 95년 포스코건설에 세 필지를 모두 팔았다.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 3일 "이 후보가 93년 또는 94년 당시 김만제 포철 회장을 세 번이나 찾아가 땅을 사달라고 했다"고 주장해 이 후보 측이 강력히 반발했던 문제의 그 땅이다.

김재정.이상은씨가 땅을 사들인 시점은 85년 3~6월인데 같은 해 10월 지하철 3호선 서대문~양재 구간이 개통되면서 이 지역에 개발 붐이 일었다.

김.이씨는 도곡동 세 필지를 15억6000만원에 사들여 10년 만에 포스코건설에 263억원을 받고 팔아 막대한 차익을 남겼다. 현대건설은 이 후보가 사장으로 취임한 직후인 77년 3~6월 도곡동의 땅 4651㎡(1406평)를 사들였으며 이 중 일부를 김.이씨에게 되판 것이다.

79년 2월 서울시가 지하철 3호선 건설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에 일각에선 이명박 당시 현대건설 사장이 지하철 개통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땅을 매입했을지 모른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이 후보 측은 "해당 토지는 현대에서 체육단 실내체육관 설립을 목적으로 매입한 것"이란 설명을 하고 있다.

이런 거래에서 어떤 위법적인 요소가 드러난 것은 없으며 "건설회사 사장이 회사 발전을 위해 회사 명의로 부동산을 사들인 게 뭐가 문제냐"는 시각도 충분히 가능하다. 또 현대건설과 김.이씨의 거래가 이 후보와 관계없는 독자적인 경제행위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대건설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다 82년에 퇴사했던 김씨가 대규모 부동산 거래를 하면서 매매 당시 그 회사의 사장이자 매부인 이 후보에게 한마디 상의도 안 했겠느냐"는 반론이 나오기도 한다.

이 후보를 의심하는 측에선 비단 도곡동 땅뿐 아니라 곳곳에서 유사한 사례들이 나타난다는 점을 들어 '차명 재산 은닉설'까지 주장하는 실정이다.

가령 옥천 임야 매매 건에서 이 후보는 현대건설 사장 시절인 77년에 땅을 샀다가 82년 김씨에게 팔았으며 94년 서울 양재동의 5층짜리 건물도 김.이씨가 소유주로 있는 대부기공(현 다스)에 매각했다.

이 후보 측은 "친인척 사이의 정상적인 부동산 거래를 정치적 의도에서 자꾸 색안경을 끼고 본다"며 펄펄 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 또는 현대건설과의 부동산 거래에서 자꾸 김.이씨가 등장하는 것은 라이벌인 박근혜 후보 측이 공격하기에 안성맞춤인 소재다.

이 후보가 서울시장 재임 중 추진한 뉴타운 지정이나 개발제한 완화조치도 공교롭게 해당 지역에 이 후보와 관련한 부동산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그를 괴롭히고 있다.

이 후보 친인척의 땅이 은평 뉴타운 지역에 포함된 것이나 다스 자회사인 홍은프레닝이 강동 뉴타운 지정 수개월 전 인근에 '브라운스톤 천호' 개발에 들어간 것도 언론의 도마에 올랐다.

평등 의식이 강한 한국적 정서에서 '부동산'은 선거 국면에 인화력이 강한 이슈다. 객관적 자료나 물증 없이 정황만으로도 큰 파급 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다. 그래서 부동산 투기 문제는 '국민정서법' 위반이란 얘기가 나오는 실정이다.

김정하 기자<wormhole@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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