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만 해도 건설업자·운수업자는 건교위, 병원장은 보사위, 학원장은 교육위로 가는 걸 당연시하던 때다. 한 지방건설업자는 소속 국정감사반이 다른 쪽으로 가게 되자 다른 의원과 하루 동안 자리를 바꾸면서까지 자기 회사가 있는 연고지로 달려가기도 했다. 이제 정치인도 그 정도로 뻔뻔하지는 않다. 공익(公益)과 사익(私益)이 ‘이해 충돌(Conflict of Interest)’하는 건 피해야 한다는 원칙 정도는 안다.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누구도 자신의 사건에 대하여 판결할 수 없다(No one may judge his own case)”는 것이다.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다. “개인의 재정적 이해관계가 걸리면 아무리 선한 사람도 공정한 판단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미 대법원 판례). 공직자는 일반 국민이 누리는 것과 꼭 같은 권리를 보장받을 수 없다. 그게 싫으면 공직을 맡아서는 안 된다. 교수·법률가·의사·언론인처럼 공익적 직업 윤리가 강조되는 전문직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가족의 땅이 있는 은평 지역을 뉴타운으로 지정한 것은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맨 꼴이다. 그래도 사과해야 한다. 민간기업 사장으로 처남에게 땅을 넘기고, 납품받은 건 아무 문제도 아니다. 하지만 공직자가 된 뒤 자기 땅이 있는 법조타운의 고도제한을 완화하고, 천호동 뉴타운 추가 지정 몇 달 전 형과 처남이 인근 요지에 땅을 매입한 것은 고의성만 따질 일이 아니다.
이해충돌은 퇴직 후에도 전관 예우로 이어진다. 때문에 미국에서는 공무원이 퇴직 후 관련 기업에 취업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관련 공무원과 연락만 해도 처벌된다. ‘회전문 증후군(Revolving door syndrome)’이다. 한화 고문이 된 최기문 전 경찰청장이 그런 경우다. 500명에 가까운 학자들이 선거캠프에 북적이는 것도 직업윤리에는 맞지 않다. 편집국장·정치부장·논설위원이 사표를 내자마자 한달음에 대선 캠프로 달려가는 마당에 언론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마는.
김진국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