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금리, 4년 7개월 만에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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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시중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4일 채권시장에서 지표금리로 쓰이는 만기 3년짜리 국고채는 전날보다 0.03%포인트가 오른 연 5.36%에 마감했다. 이는 2002년 12월 6일(5.39%) 이후 4년7개월 만에 최고다. 5년짜리 국고채도 0.03%포인트 오른 연 5.48%로 동반 오름세를 보였다. 5년물 역시 2002년 12월 24일(5.50%)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3년물은 이번 주 들어서만 0.1%포인트가 뛰어 올랐다. 최근의 금리 급등세는 12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 금리를 현 수준(연4.50%)보다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이후 “시중에 유동성이 너무 많아 우려된다”며 여러 차례에 걸쳐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락세를 보이면서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이 커진 것도 금리 오름세를 부추기고 있다. 환율 안정을 위해 정부가 달러를 사들일 경우 시중에 풀려 나간 원화를 흡수하기 위해 통화안정채권을 발행해야 하는데 그만큼 채권 물량이 늘어나면 채권 값 하락(금리 상승)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순문 신영증권 채권담당이사는 “콜 금리 인상 임박설에 정부의 단기외화 차입 규제설까지 겹치면서 투자 심리가 크게 나빠졌다”며 “ ‘사자’는 없이 팔자 주문만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콜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통화 당국은 고심하고 있다. 시중 유동성이 계속 늘어나고 물가도 꿈틀거리는 요즘이 금리를 올릴 타이밍이긴 하지만 연일 곤두박질하는 환율이 걸리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910원대까지 주저앉은 상황에서 금리를 올릴 경우 금리차를 노린 외국자금이 국내로 더 몰려들어 환율을 추가로 끌어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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