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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밭은 포함 옥토는 빠지고…”/「농진지역」불공정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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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당초 대상지역 누락 많아/국회의원 “로비소문”번져
정부가 농사 이외의 목적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못박은 농업진흥지역 지정이 잘못된 곳이 많아 이에 대한 사실여부 규명과 엄정한 심사를 통한 전면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전국의 농촌에서 일고있다. 농경지의 「그린벨트」라 할 수 있는 농업진흥지역은 농림수산부가 지난해 12월 전국 농지중 우량농지를 선정해 집중투자 함으로써 농업을 경쟁력있는 「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3년여 동안의 사업추진 끝에 전국 농지중 48.2%(1백만8천3백85정보)를 농사만 짓도록 묶어둔곳. 그러나 『척박한 농지가 경쟁력 있는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우량농지로 둔갑해 농업진흥지역으로 지정됐다』고 반발하는 민원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으며 당초 대상지역에 포함돼 있던 농경지가 현지 농민들의 거센 반발과 로비에 의해 빠졌다는 의혹도 파다하게 퍼져 편파지정·불공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지정 잘못=경북 청도군 금천면 서전2리 45만평이 그 한 예.
이곳 농민들은 『해마다 가뭄피해를 보지않을 때가 없고 30㎝만 파도 자갈·모래가 쏟아져 나오는 자갈밭이 어떻게 농업진흥지역으로 둔갑할 수 있느냐』고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농민 박흥만씨(55)는 또 『70∼80년대 당국이 증산시책을 한창 펼때도 척박한 땅에서 좋은 생산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주민들의 숙원이던 수리시설조차 외면했는데 이제와서 엉뚱하게 농업진흥지역으로 묶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 이해가 안간다』고 말했다.
정시약씨(57)도 『3백평짜리 논 한마지기 생산량이 도정한 쌀로 따져 80㎏들이 4가마 밖에 되지않아 인근의 좋은 논 생산량 5가마에 비하면 크게 떨어진다』며 『이런 농경지에서 어떻게 경쟁력있는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경기도 평택군 진위면 은산리 우갑종씨(57)는 『곳곳에 바위덩이가 솟아있는 산 계곡의 계단식 천수답 3천5백평이 어떻게 농업진흥지역으로 선정됐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며 해제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평택군에 두차례나 냈다.
◇공정성 논란=경기도 평택군의 경우 당초 1만4천8백85.7정보가 지정될 계획이었다가 1만2천9백11.4정보만 지정되자 지정지역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있는 상태. 평택군측도 『처음 대상지역이었던 땅이 막판에 왜 빠졌는지에 대해서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을 정도. 또 양질의 땅이 많은 용인·안성지역의 경우 의외로 많은 땅이 지정대상에서 빠진 것은 이 지역 출신 국회의원의 로비 때문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고 있다.
이같은 로비설은 지난 총선때 지구당 선거운동원들이 『우리 군은 농업진흥지역 지정에서 많이 빠지게 돼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한데서 비롯됐다는 것. 정부는 지정과정에서 농민들의 반발이 거센곳은 당초 계획에서 제외시키는 등 일관성 없는 자세를 보였다.
제주도 서귀포시 예래동에서도 농민들의 거센 반발로 당초 지정대상이던 92정보가 막판에 제외됐고,강원도에서는 농민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18개 시·군 39개지역 2천8백42정보에 대해 다시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조사를 거쳐 지정을 바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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