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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해리, 어른들의 세상과 맞짱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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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7월은  7월은 ‘해리 포터의 달’? 11일 시리즈 5편 영화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이 전 세계에서 동시 개봉하고, 21일 시리즈 7편이자 완결판인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도들』이 책으로 나온다(한글 번역판은 11월 말 출간 예정). 마법사 해리를 영화와 책으로 함께 만나게 된다. 저자 조앤 K 롤링이 “등장인물 중 두 명은 죽음을 맞는다”고 예고한 가운데 7편에서 주인공 해리가 어떤 운명을 맞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화는 이미 출간된 책으로 내용이 알려져 있긴 하지만 화려한 영상으로 다시 보는 맛은 제법 쏠쏠하다. 원서로 870쪽이나 되는 두꺼운 책을 영화는 2시간17분에 요약했다. 1편부터 줄곧 제작을 맡은 데이비드 헤이먼은 “1, 2편은 책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옮겼지만 3편부터는 해리의 심리와 모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컨대 5편에서 론의 퀴디치 경기 장면이 재미있긴 하지만 아낌없이 잘라냈다”고 말했다.

 영화의 중심은 해리(대니얼 래드클리프)의 사춘기 성장담이다. 어린이라기엔 너무 커버렸지만, 그렇다고 아직 어른도 되지 못한 사춘기 청소년 해리의 불안감과 외로움이 잘 드러난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매여 진실을 외면하는 어른에 대한 불신도 깊어진다. ‘교육’이란 이름으로 학생들에게 가해지는 억압과 폭력에 대해서도 매우 비판적이다. 영화는 사춘기에 대해 지나치게 낭만적이지도 비관적이지도 않은 시선으로 적절히 균형을 잡고 있다. 해리가 이 고비만 무사히 넘기면 이제 어른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을 수 있어 보인다.

 방학을 맞은 해리는 어느 날 3편에 나왔던 영혼의 행복을 빨아들이는 괴물 디멘터의 습격을 받는다. 마법으로 간신히 디멘터를 물리치자 이번에는 마법부에서 퇴학 통지를 받고 절망에 빠진다. 학교 밖 마법 사용을 금지한 법을 어겼다는 것이다. 이때 해리를 도우러 불사조 기사단이 나타난다. 해리는 이들을 통해 친구 헤르미온느(에마 왓슨)와 론(루퍼트 그린트)을 만나고 과거 부모의 활약상도 알게 되면서 위안을 받는다. 이어 벌어진 재판에선 덤블도어(마이클 갬본) 교장의 도움으로 퇴학 조치를 면한다.

 마법부가 해리를 박해한 데는 정치적 배경이 깔려 있다. 볼드모트(랠프 파인즈)가 돌아왔다는 해리의 증언을 인정하면 마법부 장관이 정치적으로 곤란한 처지에 처하게 되는 탓이다. 여기서 해리와 마왕 볼드모트가 대결을 펼친 4편의 마지막 장면과 연결된다. 마법부는 ‘마법사 일보’란 언론과 합세해 해리를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인다. 친구들도 해리의 말을 불신하면서 해리는 외톨이가 된다. 그럼에도 해리는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5편에서 가장 튀는 인물은 마법부에서 파견한 장학사 엄브리지(이멜다 스털톤)다. 분홍빛으로 곱게 차려 입고 상냥한 말씨를 쓰는 그는 겉보기와 달리 엄격한 규율을 강요하며 학교 분위기를 살벌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호그와트 학생들에게 ‘어둠의 마법방어술’ 과목을 가르치지만 그의 수업은 학생들을 오히려 곤경에 빠뜨린다. 급기야 엄브리지는 덤블도어 교장을 몰아내고 자신이 교장 자리를 차지해 호그와트 마법학교를 엉망진창으로 만든다.

 사춘기를 맞은 해리가 엄브리지의 부당한 지시에 순순히 따를 리가 없다. 해리는 ‘필요의 방’으로 친구들을 불러모아 어둠의 마법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주문을 가르쳐준다. 종반부에는 해리와 친구들이 숙적 볼드모트와 피할 수 없는 한판 대결을 펼친다. CGV 아이맥스관에서는 종반 20분가량의 전투 장면을 3차원 입체 영상으로 보여준다.

 엄브리지의 강압적 교육과 심술궂은 벌칙은 해리와 같은 청소년이 어른에 대해 느끼는 불신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5편은 전편에 비해 분위기가 어두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제작자 헤이먼은 “원래 현실은 디즈니 세상처럼 밝고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그림 형제의 동화처럼 약간 어두운 분위기를 띠는 것이 서양문학의 전통”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관람가.
 

주목! 이 장면 해리가 드디어 첫 키스를 한다. 상대는 4편 ‘해리 포터와 불의 잔’에 처음 등장해 해리의 마음을 사로잡은 동양계 여학생 초 챙(케이티 렁)이다.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크리스마스 트리가 장식된 ‘필요의 방’에서 처음으로 입을 맞춘다. 그러나 해리에게 첫 키스는 사랑의 설렘이나 달콤함이 아니라 오히려 혼란과 불안을 안겨주는 것이 아이러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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