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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 참사 대구지하철 중앙로역 개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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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방화 참사로 폐쇄됐던 대구지하철 중앙로역이 참사 10개월여 만인 지난해 12월 31일 완전 정상화됐다. 이날 반월당역을 출발한 1001호 전동차가 10여명의 승객을 태우고 오전 5시29분 중앙로역에 도착한 데 이어, 7분 뒤인 5시36분에는 1002호 전동차가 맞은편에 도착했다.

대구지하철은 참사 후 교대~동대구역 사이 6개 역을 폐쇄했다가 지난해 10월 중앙로 역을 제외한 5개 역 운행을 재개했다. 중앙로역에는 그동안 전동차가 정차하지 않았었다.

1001호 기관사 김병재(30)씨는 "중앙로역을 통과하면서 다시는 지난해 2월 같은 참사가 발생하지 않기를 기도했다"고 말했다. 전동차가 중앙로역에 정차했을 때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승객들은 잠시 묵념을 하기도 했다.

중앙로역 근처에 직장이 있다는 30대 회사원은 "대구 중심에 위치한 중앙로역이 지하철 안전의 교훈을 일깨워 주는 소중한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중앙로역은 참사 이전 승객이 가장 많았던 역답게 출근시간에는 승객이 붐비는 등 활기를 되찾았다. 중앙로역 역무원 18명도 전원 출근해 시민들을 맞았다. 부역장 김대현(48)씨는 "직원들이 안전의식으로 재무장했다"며 "승객들이 안심하고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역은 지난해 2월 참사 이후 현장 보존과 안전 문제 등을 둘러싸고 유족과 대구시 간의 갈등으로 5개월여 동안 복구가 지연됐다가 지난해 7월에야 복구공사에 들어갔다. 화재시 방사열을 줄이고 가스나 연기 확산을 억제할 수 있도록 승강장 입구에 물 장벽(수막차단벽) 공사도 마쳤으며, 정전시 네 시간 이상 빛을 내는 야광 타일을 깔았다. 역사에 설치된 폐쇄회로 TV와 화재 수신반도 연계 운용되도록 했다.

시커먼 그을음, 녹아내린 공중전화기와 광고판, 부서진 벽, 벽을 가득 메운 추모의 글 등 지난해 2월 18일 참사 당시의 처참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그러나 지하 1층의 기둥 1곳과 지하 2층의 길이 20m짜리 벽 및 기둥 4곳은 비닐 등으로 덮여 있었다. '추모의 벽'조성을 위해 참사 직후의 모습 그대로 보호하기 위해서다.

이훈 대구지하철공사 사장은 "승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모범적인 지하철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희생자 가족들은 지하철 완전 개통에 불만을 터뜨렸다. 희생자 대책위 윤석기(39) 위원장은 "아직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면서 "불연 내장재 교체 지연 등 안전대책이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대구=황선윤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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