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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충 묻혀오는 수입농산물(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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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날로 물량이 늘어나고 있는 수입농산물에 해로운 병해충마저 묻혀 들어온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심각한 피해를 예고한다는 점에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농촌진흥정 농업기술연구소에 따르면 농산물수입이 본격화된 88년이후 지난 4년동안 외국농산물과 함께 국내에 들어온 병·해충이 무려 40종에 이르고 이미 그 피해가 상당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러한 외국병해충이 국내에서 번질 경우 국내 생태계가 변화 또는 파괴될 뿐만 아니라 그 방제를 위해서는 이에 유효한 새로운 약품과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엄청난 비용부담이 따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살아있는 동식물이나 가동되지 않은 식품에 대한 선진국들의 검역과 통관이 매우 까다로운 이유는 바로 이런 병해충의 유입에 대한 철저한 예방에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이런 면에 대한 인식과 대비가 검역당국이나 수입업자는 물론 국민들에게도 크게 결여돼 있다. 외국산 화훼류와 물고기나 양서류가 허술한 검역과정을 거쳐 무더기로 통관되고 있으며,일반 국민들이 외국여행에서 사들고 들어오는 육류나 과일류도 엄청난 실정이다. 특히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서 생산되는 육류에는 구제역이라는 병균의 감염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밀반입이 성행되고 있다.
우선은 업자나 일반 국민들이 이러한 병해충이나 세균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절실히 요구된다. 아무 생각없이 들여오는 동식물이나 식품이 우리 국민의 건강은 물론 농림·수산 등 산업에까지 엄청난 재산을 가져올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러한 새로운 병해충에 대해선 검역에 필요한 시약이나 예방·치료용 약품 또는 기술이 부족한 것이 우리 검역당국의 현실이다. 국제적인 개방경제체제를 수용하려면 우리도 이러한 체제에 적응할 수 있는 기술과 장비·인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예상되는 병해충을 막을 길이 없고 그로인한 재난 또한 피할 수 없다.
특히 새로운 종의 무분별한 반입이 초래하는 생태계 파괴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다. 수입양봉에 의해 우리의 토종벌이 멸종위기에 있으며,단백질공급을 이유로 양식한 20여종의 수입 물고기와 양서류가 우리나라 토착담수어와 개구리의 서식환경을 파괴해 우리고유의 자연생태계에 비상을 걸고 있다. 이런 현상을 방치하다가는 머지않아 우리 산하가 외국산 동식물과 독충으로 득실거리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농수산물의 수입량과 종류가 날로 증가하는 추세에서 함께 유입될 개연성이 높은 농약·병해충·동식물에 대한 검역과 생태계에 미칠 악영향을 철저히 예방할 태세와 능력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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