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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정당돼야 수권가능/DJ없는 민주당 진로 세미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당요직 경선해 사당성 탈피/비판과 함께 대안제시로 국민공감 얻어내야
민주당은 28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민주당의 진로」에 대한 심포지움을 갖고 「김대중」없는 당의 활로를 토론했다.
김호진 고대교수가 발표한 「대선패배와 민주당의 발전진로」라는 주제를 놓고 장재식 당정책위의장이 양비적 시각이라고 비판하는 등 열띤 논전을 벌였다.
김 교수는 『정권교체와 사회전반의 변화를 거부하는 전래적 지배연합세력과 기득권세력의 현상유지성향이 예상외로 강했다』며 『이 점이 민주당과 전국연합의 제휴가 촉발한 색깔론과 접목되어 반김대중의 투표성향을 결정지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역감정의 양극화현상이 영·호남유권자의 투표성향을 정면으로 대립시켰다』며 세가지 「패배환경」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민주당자체의 요인으로 집권공약과 정책대안이 국민들에게 어필하지 못했고,민자당의 「신한국창조」를 압도할만한 슬로건을 제시하지 못했던 점을 꼽았다. 즉 『노태우정권과 정치적 태반을 공유한 민자당이 역설적으로 개혁과 변화를 강조한 반면 민주당은 뉴DJ론에 얽매여 소극적 캠페인을 전개,역효과를 초래했다』고 보았다.
장 의장은 이에 대해 『가장 큰 패인은 역시 지역차별구조』라며 『김 교수가 이를 지역감정이라 표현한 것은 지역차별구조에서 이득을 보는 측과 피해자에 대한 분석을 가로막는 양비론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장 의장은 『여러기관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했던 민주당공약이 국민들에게 왜 알려지지 않았고 민자당이 TV토론을 끝까지 기피해 정책대결을 회피했던 원인의 분석이 결여됐다』고 반박했다.
장 의장의 이같은 「방어논리」에 대해 장을병 성균관대총장은 『민주당이 독자적인 선거승리 쟁취노선보다는 정주영국민당후보의 선전을 통해 어부지리를 얻어내려 했다가 저지른 계산착오』라고 지적했다.
이성춘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김대중씨가 「중산층의 현실안주의식」을 패인으로 꼽은데 대해 『그들을 설득시킬 만한 논리와 자료를 내세우지 못했던 점을 간과한 과잉해석』이라고 반박했다.
박상섭 서울대교수는 대화합을 추구하다 개혁성향표를 놓치고 전국연합과의 연대로 보수성향마저 잡지 못한 선거운동기조의 혼선을 패인으로 제시했다.
김호진교수는 『민주당이 김대중씨의 정계은퇴를 계기로 지역성과 사당성에서 탈피한다면 발전지향적 변신이 가능한 절호의 기회』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민주당이 수권정당이 되려면 무엇보다 지역성과 계층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수권·정책 정당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며 공허한 구호보다 「프로그램있는 정당」「연구하는 정당」상으로의 변신을 제시했다.
특히 김 교수는 한국정치의 문제점으로 야당의 「사당성」과 여당의 「친위성」을 꼽은뒤 주요당직자의 경선을 통해 공당성으로의 체질개선을 이뤄내고 돈안쓰는 깨끗하고 투명한 정당으로의 변신을 촉구했다.
김 교수는 42% 지지를 얻은 강여에 맞설 수 있는 강야의 조건으로 의회정치의 정수인 토론·협상기술,즉 정치력의 강화를 강조했다.
장 총장도 『독재정치에서는 대안제시 자체가 무의미했으나 이젠 비판과 함께 집권당을 압도할만한 대안제시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제안했다.<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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