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교통 "질서가 지름길" 재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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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질서가 곧 지름길이란 사실이 이번 설날 교통질서를 통해 확인되었다.
지난해 설날·추석 때와는 달리 이번 설날은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서 있어도 부당한 추월이나 갓길 통행차량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교통문화가 정착되어 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질서의 정착으로 인해 설날 연휴기간 중에는 대형 교통사고가 없었고 차량통행량에 비해 교통사고율과 인명손실이 지난해보다 10%나 크게 줄어든 것은 운전자들의 교통의식이 달라진 증거라 할 수 있다.
「나한사람쯤」하는 얌체심리 때문에 위험한 앞지르기나 끼여들기 등으로 교통사고의 원인을 가져오고 조금먼저 가려고 질서를 흐트러뜨리는 것은 교통체증만을 가중시켜 결국 자신도 더욱 늦어진다는 것을 이제 깨달았기 때문이다.
경찰은 설날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특별근무에 들어갔었다.
나는 하루종일 헬기를 타고 하늘에서 도로를 따라 교통의 흐름과 체증의 원인을 찾아 지상에 무전으로 연락하는 등 입체적인 교통처리로 교통체증을 해소하고 막힘 없이 고향 가는 길과 돌아오는 길을 열어 주는 역할을 맡았다.
하늘에서 고속도로와 국도를 내려다보면 반경 5km안에 있는 차량의 흐름이 한눈에 들어온다.
운행질서를 잘 지키고 경찰의 통제에 잘 따라 주는 도로의 차량들은 느리지만 교통흐름엔 막힘이 없었으나 일부 구간에 무질서한 차량이 몇 대만 있어도 그 도로는 체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번 설날에 교통질서가 비교적 잘 지켜진 것은 승용차들의 협조가 컸기 때문이다.
서로 먼저 가려고 교통질서를 지키지 않던 과거와는 달리 운전자들은 질서를 지키려고 애쓰는 흔적이 뚜렷했으며 오히려 위반차량을 서로 견제하는 역할까지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일부 대형트럭이나 시외버스들이 체증구간에서 앞차와의 간격을 두고 도로 위에서 쉬거나 두 대가 2차선에서 나란치 통행하는 등 교통의 흐름을 끊어 놓는 행위가 때때로 보였다.
복잡한 도로에서 차량들이 체증을 이유로 앞차와의 간격을 10m이상 두고 운행할 경우 1km뒤에는 수백m씩 밀리는 등 연쇄적인 체증을 발생시키는 이상한 현상을 가져오기 때문에 절대 교통의 흐름을 끊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도 올 설날처럼 교통질서를 잘 지켜 준다면 교통체증은 크게 줄어들어 고향 가는 길이 즐겁고 돌아오는 길도 짜증 없이 차량을 운행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배영찬<경북도 경찰청 항공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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