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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평창] 이건희의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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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평창이 2014년 겨울올림픽을 유치하면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 3만 달러 고지로 가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되지 않을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과테말라에서 꿈을 꾸고 있다. 그 꿈은 '샌드위치 코리아'에서 벗어나 세계를 향해 뻗어가는 대한민국의 힘이다. 이 위원은 3일 과테말라시티 홀리데이인 호텔에 마련된 평창 유치단 종합상황실을 방문해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이 위원은 김진선 강원도지사의 마중 속에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수고가 많다"고 격려한 뒤 조현재 문화관광부 체육국장으로부터 업무 브리핑을 받았다.

이 위원은 상황실 맞은편에 있는 한국 기자실도 들렀다. 즉석 인터뷰가 이뤄졌다. 이 위원은 평창의 올림픽 유치 가능성에 대해 "평생 사업을 하면서 대개 예측이 가능했는데 이번만큼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가 없었다"며 "끝까지 방심하지 말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4년 전보다는 지금이 훨씬 적극적이다. 전 국민이 힘을 합쳤고, 고생한 분들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며 "(평창 유치가) 잘 된다면 2만 달러를 넘어서 3만 달러 고지로 가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되지 않을까 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의 '올림픽 3만 달러 효과론'은 일본과 중국 등 강대국 사이에 끼여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샌드위치 신세'로 표현했던 이 위원의 희망이자 꿈이다. '2014 평창'은 샌드위치 신세를 벗어나기 위한 지렛대다.

이 위원은 곧이어 IOC 위원들과 면담하기 위해 약 300m 떨어진 인터콘티넨털 호텔로 이동했다. 과테말라시티의 치안이 불안하지만 이 위원은 차량 없이 걸어서 갔다. 수행원들 외에 이학수 삼성전략기획실장 겸 부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1~2m 간격을 두고 동행했다. 가끔 삼성 구조조정본부 김준 전무가 부축하기도 했지만 이 위원은 걷는 데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

평창은 이번이 겨울올림픽 재수다. 4년 전 체코 프라하 총회에서 2010년 대회를 밴쿠버(캐나다)에 뺏기고 절치부심, 4년을 기다려 왔다. 이 위원도 같은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그때는 뒤늦게 유치 활동에 나섰지만 이번은 다르다. 총회가 끝나면서부터 유치활동을 시작했다. 삼성의 행사에는 빠져도 평창 관련 모임에는 꼭 참석할 정도로 관심을 가졌고 4년간 바쁘게 돌아다녔다. 올해에도 3월에 유럽, 4월 아프리카와 중국, 6월 중남미를 돌며 각국 IOC 위원들에게 평창 지지를 호소했다.

후보국 위원으로서 투표에는 참석하지 못하지만 5일 투표 직전에 열리는 최종 프레젠테이션(PT)에서 평창의 마지막 연설자로 나설 예정이다. 이 위원은 한승수 평창유치위원회 위원장이 "내일 마지막 리허설에서 연설 연습을 해보시는 게 좋겠다"고 하자 "오찬 약속이 있어서"라면서도 "일정을 보고 다시 연락하겠다"며 관심을 보였다.

1981년, 대한체육회장이었던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은 독일 바덴바덴에서 '88 서울올림픽의 꿈'을 이뤘다. 26년이 흐른 2007년 이건희 위원은 과테말라시티에서 '2014 평창 겨울올림픽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과테말라시티=성백유 기자<carolina@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이건희 회장은 1996년 7월 미국 애틀랜타 총회에서 IOC 위원에 선출됐다. 이 회장이 IOC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삼성의 올림픽 스폰서 사업이 본격화됐다. 삼성전자는 1997년 처음으로 '올림픽 TOP(The Olympic Partner) Ⅳ'(98 나가노 겨울올림픽+ 2000 시드니 올림픽 후원)에 참여했다. 이어 'TOP Ⅴ'(2002 솔트레이크 겨울올림픽+2004 아테네 올림픽) 와 'TOP Ⅵ'(2006 토리노 겨울올림픽+2008 베이징 올림픽)에도 참여했다. 올림픽 파트너가 된 이후 세계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크게 높인 삼성은 4월, IOC와 2016년까지 모든 여름.겨울올림픽을 후원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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