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억지 그만 부리고 대학사회 의견 받아들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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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전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가 노무현 정부에 대한 집단 항거에 나섰다. 어제 두 단체는 처음으로 공동성명을 내고 교육인적자원부의 2008년 대입 내신 50% 실질반영 압력과 인기영합적인 기회균등할당제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연세대 교수들도 어제 비슷한 성명을 냈다. 오늘은 고려대 교수들이 긴급 모임을 갖는다. 대학사회의 반발이 불같이 확산되고 있다.

 사실 교육부가 제시한 두 제도에 대해선 대학 간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학생 선발에 도움이 되는 대학도 있고, 손해를 보는 대학도 있다. 그런데도 지난달에는 사립대 총장들, 그제는 수도권 대학 입학처장들이 집단 반기를 든 데 이어 대학교수들까지 한목소리로 나섰다. 정부의 교육 폭정(暴政)으로 대학 자율이 말살되고, 대학과 학생들이 당하고 있는 엄청난 피해를 더 이상 간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근본 책임은 노 대통령과 김신일 교육부총리, 교육부 관료들에게 있다. 교수들은 노 대통령에 대해 “정치적 권력으로 학문의 존엄성과 교권을 훼손했다”고 규정했다. 김 부총리는 명색이 대학 자율을 강조했던 교수 출신이면서도 취임 후에는 노 대통령의 잘못된 생각에 직언하기보다 대통령 코드 맞추기에 앞장서 사태를 악화시켰다. 정략에 맞춰 대입 정책을 급조하고, 대학들이 거부하면 제재하겠다고 협박하고, 그러다 상황이 바뀌면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번복해 혼란을 더욱 부추긴 교육부 관료들의 책임도 매우 크다.

 노 대통령은 대입 등 대학 자율권을 보장하라는 대학들의 정당한 요구를 빨리 수용해야 한다. 그러잖으면 대학들의 집단 항거는 도미노처럼 번질 것이 뻔하다. 대입 혼란은 더욱 심해지고, 정부의 대학정책은 심각한 위기에 빠질 것이다. 노 대통령은 대학들에 사과하고, 김 부총리와 관련 교육부 관료들을 경질해야 한다. 그리고 대학의 자율을 최대한 존중하는 새로운 대학정책을 펼쳐라. 늦었지만 그나마 그것이 수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고통을 덜고 벼랑에 선 우리 교육을 살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