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의 참뜻 알 것 같아요"|교외에 경작지 빌려 주말영농「시민과 함께 하는 농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도시 사람들은 대개 농촌생활에 대해 막연한 동경심을 갖고 있다. 파란 하늘과 탁 트인 전망·맑은 공기·한적함…. 바쁜 일상에 쫓기는 도시인들에게 농촌의 이런 이미지는 가끔 「도시탈출」이라는 이루기 힘든 꿈을 꾸게 한다.
그러나「시민과 함께 하는 농업(시민 농)」회원들은 제한적으로나마 이런 꿈을 실현한 사람들이다. 전원에서 내 손으로 씨도 뿌리고 김도 매고 비료도줄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말 신기했어요. 상추씨를 뿌리고 다음주 하우스(서울 강남구 세곡동)에 가보니 푸른 싹이 돋아난 거 있죠.』이 모임의 회장 소영자씨(49)는 지난해 봄 처음 경험한 농사에서「생명의 신비」를 깨달았다고 말한다. 소씨는 공무원인 남편과 함께 거의 매주 밭일을 나가는 열성파 회원이다.
시민 농은 지난해 5월 서울 농촌지도소(소장 이상하)의 지원으로 만들어진「파란 잎 모임」이 올해 확대 개편되면서 붙여진 새 이름.
초기 60여명에 불과했던 회원이 현재는 5백여 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사업」영역도 상추수경재배에서 가지·고추·토마토·고구마·배추 등의 노지 재배로 크게 늘었다.
회원들은 주로 토·일요일만 밭에 나오지만 일부 극성(?)회원들은 주중에도「출근」해 아예 농민이 되어 버리기도.『땅은 거짓을 모르더라. 뿌린 만큼 거두게 돼 있다』『부부 주말관광이 따로 없다』『농민의 고충이 뭔지 알 것 같다』등등 회원들의 반응도「철학 파」「레저 파」「UR걱정 파」등 가지각색이다. 하지만 회원들은 시민 농 만한 모임이 드물다는 것이 한결같은 생각이다.
서울시농촌지도소의 한 관계자는 시민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올해는 경작지를 크게 늘리고 활동영역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도소 측은 이에 따라 현재 강남의 경작지 외에 도봉·강서·강동 지역에 추가로 수경재배 하우스를 설치하는 한편 과수·화훼·양계 등도 추가할 예정이다.
회원가입은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가능하며 작업종류에 따라 실비수준(연 12만원 이하)의 회비를 내야 한다. 연락은 (563)5704∼6. <김창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