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영업에 카드회원 껑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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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우리은행 박해춘(사진) 행장은 당당한 풍채만큼이나 말투도 거침없다. 가끔“시장이 박 터지고 있다”(최근 임원회의) 식의 정제되지 않은 언사가 나오기도 한다. 외부의 시선보다는 실력으로 평가받고자 하는 스타일 탓이다. 그가 ‘금융계의 코뿔소’로 불리는 것도 이런 연유다.

 박 행장이 4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그는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공격적인 현장 영업에 박차를 가하는 등 코뿔소처럼 저돌적으로 제3기 우리은행을 휘어잡았다.

 그의 첫 작품은 ‘우리V카드’다. 출시한 지 50여 일이 지난 우리V카드는 34만 명의 고객을 확보했다. 타사 인기 카드가 회원수 30만 명을 돌파하는 데 8~9개월이 걸린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다. 우리은행은 또 최근 이랜드 그룹의 제휴 카드사 선정을 위한 입찰에 참여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시장점유율 6%대에 불과한 우리은행이 7개사가 참여한 입찰에서 대형 카드사를 제치고 선정된 것은 이례적이다. 4월 두 곳에 불과하던 카드 영업소를 12곳으로 확대하고, 모집인도 30명에서 680명으로 늘리는 ‘박해춘식’ 공격 영업의 성과다.

 박 행장은 최근 또 다른 ‘승부수’로 투자은행(IB) 강화를 꺼내들었다. 올 초 설정했던 이익 목표의 두 배에 달하는 5000억원 영업수익 달성을 주문하고 전략 재수립에 들어간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요즘도 주말에 꼬박꼬박 출근할 정도로 일 욕심이 대단하다”며 “중국ㆍ베트남의 금융회사 인수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박 행장의 ‘불도저식 경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임원은 “박 행장의 과감한 공격 경영이 자칫 단기 업적주의로 흐르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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