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들께 죄송하지만 가족 모두모여 좋아요”/「서울서설쇠기」새풍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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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귀성전쟁 피해 시골부모가 상경/차례후 명소 나들이 등 즐기기도
추석·설 등 명절 「민족대이동」으로 표현되는 교통 폭주를 피해 서울가족이 고향을 찾아가는 대신 시골 부모들이 서울로 올라와 차례를 지내고 세배를 받는 새풍속이 확산되고 있다.
궁여지책이랄 수도 있지만 귀성 고생을 덜고 한산한 가운데 서울 구경도 즐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특히 이번 설을 통해 두드러지게 나타나 앞으로 명절 연휴때의 귀성 판도가 바뀌지 않겠느냐는 전망까지 조심스레 나오는 상태다.
이처럼 설을 쇠러 거꾸로 서울을 찾는 사례가 늘어 올 설 연휴기간중 전국의 고속도로·국도는 전과 달리 상·하행선의 교통량이 비교적 균형을 이루며 예의 큰 체증없이 원활한 소통을 하는데 도움을 줬다.
서울역에 따르면 설날 특별수송대책기간 첫쨋날·둘쨋날인 21,22일 서울역으로 들어온 상경객은 평상시 2만1천여명보다 크게 늘어난 3만5천여명,3만6천여명으로 지난해 설의 상경객 숫자보다 20% 정도 늘어났다.
경부·중부고속도로를 통해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차량대수도 21,22일 양일간 18만3천여대로 지난해 11만7천여대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반면 명절연휴기간중 「하늘의 별따기」인 대중교통 차표를 구하지 못한 서울사람들이 귀성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 21,22일 열차·고속버스·시외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을 빠져나간 숫자는 지난해보다 5만7천여명 줄어든 78만9천여명으로 집계됐다.
서울에서 회사에 다니는 아들을 만나기 위해 22일 상경했다가 24일 내려간 강기정씨(62·대구시 대신동) 부부는 『아들 부부가 서울에서 대구까지 10시간이상 걸리는 명절 귀성길을 어린 손자 둘까지 데리고 오는 것이 안쓰러워 이번엔 딸네 식구와 함께 올라왔는데 사위가 모는 승용차로 평상시와 별 차이없는 5시간만에 왔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올라온 노부모를 모시고 나온 가족단위의 관람객들로 연휴기간중 잠실 롯데월드·과천서울대공원 등이 크게 붐비기도 했다.
설날인 23일 아들부부·손자와 함께 서울대공원을 찾은 박모씨(68·여·전북 전주시)는 『세아들이 모두 서울에 있는데다 귀성길이 너무 고생스러워 올해부터 아예 사당동 큰아들 집에서 차례를 모시기로 했다』며 사별한 남편과 조상에겐 예의가 아닌줄 알지만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방법이 달리 없지 않느냐』고 겸연쩍어 했다.<이현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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