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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사랑으로 여는 '삶의 쉼표'

중앙일보

입력


얌전하거나 혹은 얄밉거나. 탤런트 홍은희(27)가 입때껏 맡아왔던 배역이 그랬다. 한동안 안보여 궁금했던 그녀가 뜻밖의 모습-푼수데기 노처녀 역-으로 돌아왔다. 지난달 23일 첫 방송을 마친 SBS 주말드라마 <황금신부>를 통해서다. 한껏 물 오른 연기 때문인가. 낯선 캐릭터가 묘하게 잘 어울린다. 미모는 여전하다. 비결이 뭘까. 동료 탤런트인 남편 유준상(38), 아들 동우(5)와 보내는 단란한 시간이야말로 나이를 거스르는 삶의 원동력이다. 그녀의 행복 충전소를 따라가 봤다.
예술의 전당...선율따라 흐르는 꿈 같은 삶

“저희 식구가 즐겨 찾는 장소에요. 공연이나 전시를 보러 오기도 하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도 자주 들러요. 근처 식당에서 밥 먹고 산책하기에도 그만이죠.” 홍씨의 예술의 전당 예찬은 이렇게 시작됐다.
“클래식 음악회 공연은 음향이 정말 뛰어나요. 음악당 구조가 소리를 잘 모아주도록 만들어졌거든요.” 그녀의 분석이 전문가 못지않다. 미술에도 일가견이 있다. “아트페어나 초대 작가전은 빼놓지 않고 보는 편이에요. 남편이 그림을 워낙 좋아해서요. 이따금 인사동과 삼청동에 들러 갤러리 투어도 하는데, 요즘엔 둘 다 바빠 통 시간을 못내고 있어요.” 목소리에 진한 아쉬움이 묻어난다.
미술품 경매에 관심이 있는지 묻자, 벌써 국내 신인 작가 회화 몇 점을 구입했단다.
“마음에 들었다 하면 남편은 무조건 사려고 해요. 그래서 이제는 제가 그려주고 있어요.”
이건 또 무슨 소린가. "도은희란 작가가 있어요. 체코 거리를 소재로 한 수채화ㆍ유화를 즐겨 그리죠. 남편이 그 분 작품을 무지 좋아해요. 전부 사고 싶다는데 어떻게 그래요. 대신 제가 작은 도록 사진에 나와 있는 것을 보고 크게 그려줬죠. 비슷하다고 하던데요.(^^)" 드라마 ‘상도’ 시절, 사군자를 배워 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야외 벤치로 이동했다. 점찍어 둔 곳은 이미 유치원 아이들이 차지, 놀이터를 방불케했다. 당황한 기자가 선생님을 찾느라 분주한 동안, 홍씨는 아이들을 달래고 있었다. “저기 봐, 얘들아. 분수 보이지? 음악분수야. 한 번 가볼래?”
그뿐이 아니다. 그녀는 촬영 틈틈이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곤 했다. 이름이 뭐냐, 몇 살이냐 묻고는 머리도 쓰다듬는다.
“여기 음악분수는 우리 동우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죠. 밤 9시에는 조명도 켜져 더 멋있어요.”
정말 이곳에 관한 한 ‘빠꼼이’다. 평일·주말 가리지 않고 자주 온다는 게 빈말이 아닌 듯하다. “친구들 만날 때 진짜 좋아요. 야외에서 아이들이 뛰어 놀아도 안전하고, 실내에서 밖이 다 보이니 걱정도 덜하고요.”

삼청동 갤러리 투어...한 폭의 그림같은 삶

홍씨는 서예관을 가리키며 '어린이나라' 놀이방을 활용하라고도 귀띔한다. “전문 선생님이 계셔서 2시간 정도 아이들을 돌봐주거든요. 엄마들에겐 단연 인기죠.” 이쯤 되면 홍보대사가 따로 없다.
그녀의 집안 살림살이가 궁금해졌다. 도우미 없이 혼자 살림을 도맡아 한단다. “7개월 정도 됐어요. 아침에 동우 유치원 보내고, 남편 등산 보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죠.”
연기자ㆍ아내ㆍ엄마의 1인3역이 버겁진 않을까. “물론 정신없죠. 그런데 1주일 스케줄을 머릿속에 넣고 움직이다 보니 오히려 알차게 시간 활용을 하게 되더라고요. 양쪽 부모님이 많이 도와주시고요.”
1년 7개월 만의 드라마 나들이가 즐겁기만 하단다. “생전 처음 밝은 역할을 맡아 그런지 촬영장 가는 길이 신나던데요.” 남편을 비롯해 연출자ㆍ작가 모두가 ‘역할 제대로 맡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녀는 얼마 전, ‘폭력 남편과 매맞는 아내’라는 악성 루머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면서 마음고생을 겪었다. K1 경기를 시청하다가 두 사람이 흉내낸 것이 잘못 전해진 것이다. “모든 종류의 운동기구가 집에 있을 만큼 남편이 스포츠를 좋아해요. 권투 글러브까지 있어요.”

탄천공원...가족의 정 넘치는 행복한 삶

남편과 무엇이든 같이하려는 홍씨지만 못하는 게 하나 있다. 자전거 타기다. 촬영하다 심하게 넘어진 뒤 탈 엄두를 못내고 있다. 반면 남편은 자전거 삼매경에 빠져 있다. 분당에서 일산까지 왕복도 한다. 동우도 네발 자전거를 요리조리 능숙하게 다룬다. 그녀는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두 남자와 동행한다. “가까운 탄천공원을 주로 이용해요. 율동공원보다 자전거 전용도로 폭도 넓고 정비도 잘 돼 있어요.” 지난해에는 다섯달을 투자, 한ㆍ중ㆍ일식 요리를 마스터했다. 이제는 손님 접대에도 손색 없을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 안팎으로 야무진 5년차 주부 홍씨. 그녀는 변함없는 ‘황금신부’다.

프리미엄 김혜영 기자 hyeyeong@joongang.co.kr
사진=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ok76@joongang.co.kr

지금 그 곳에선...

<예술의 전당>
▶오르세 미술관展- 밀레의 ‘만종’ 마네의 ‘피리부는 소년’ 등 거장들의 회화 44점. 한가람 미술관, 9월 2일까지. 02-580-1300
▶서울소극장 오페라축제- 서울 오페라 앙상블·세종 오페라단 등 출연. 자유소극장, 7월 5~22일. 031-607-7384
<인사동·삼청동 갤러리>
▶경인미술관- 마른 꽃잎으로 사람의 다양한 포즈를 그린 백은하의 개인전. 7월 4~17일. 02-733-4448.
▶갤러리 현대- 독일서 활동하는 한국인 작가 세오와 베를린의 부부 작가 뢰머+뢰머의 개인전. 7월 8일까지. 02-2287-3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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