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축구 '16강 전략' 브라질전 맞대결 피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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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한국과 함께 E조에 속한 우승후보 네덜란드는 첫 경기에서 벨기에와 0-0으로 비겼다. 다급해진 네덜란드는 한국과의 2차전을 승부처로 삼았다. 부상 중인 데니스 베르캄프까지 선발로 내세워 한국을 5-0으로 꺾었다. 차범근 당시 감독은 경기 전까지 "네덜란드전에는 수비수를 많이 두는 역습전략을 써 비기고, 마지막 경기인 벨기에전에서 승부를 걸겠다"고 했다. 그런데 비기기 전략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자 한국은 '정상적'인 맞대결을 펼쳤고 '장렬하게 산화'했다.

20세 이하(U-20) 월드컵 축구대회 브라질과의 2차전(4일 오전 8시45분)을 앞둔 한국팀 상황이 9년 전 그때와 흡사하다.

1일(한국시간) 폴란드와의 개막전에서 0-1로 일격을 당한 브라질은 2일 캐나다 몬트리올 장 망스 공원 인조잔디구장에서 훈련을 실시했다. 경기 다음날은 대개 휴식을 취하던 브라질이 강도 높은 훈련에 나선 것이다. 폴란드전 패배 후 "우리는 이번 패배를 통해 더욱 강해질 것"이라던 넬슨 호드리게스 브라질 감독은 훈련장을 뛰어다니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남미팀 특유의 낙천적이고 느슨한 분위기는 찾을 수 없었고, 한국전 필승의 의지만 엿보였다.

참가 선수 중 최고의 공격수로 꼽히는 알레산드레 파투(인터나치오날)는 "첫 경기는 준비 과정이었고, 두 번째 한국전부터는 이길 수 있다"며 "폴란드전 때 기회를 많이 놓쳤다. 그런 상황이라면 적어도 1골은 넣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한국팀 조동현 감독은 "우리는 이기지 못해 상승세를 타지 못했고, 브라질은 지는 바람에 물러설 곳이 없게 됐다"며 "수비 불안을 보완해 브라질전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영무 기술위원장 역시 "폴란드처럼 수비와 미드필더 간격을 좁혀 앞선이 돌파당해도 상대를 저지할 수 있어야 한다"며 수비를 강조했다. 한국이 브라질에 지지 않는다면 다소 편한 마음으로 폴란드전에서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 98년의 악몽이 한국팀에는 더없는 '타산지석'이다.

몬트리올=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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