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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에너지 열풍 애그플레이션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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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곡물을 이용한 바이오 에너지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밀과 옥수수를 비롯한 관련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이런 농산물 가격 상승이 일반 물가를 자극하면서 이른바 '애그플레이션(agflation=agriculture + inflation: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일반 물가도 덩달아 뛰는 현상)'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1일 미국이 최근 몇 년간 곡물을 이용한 에탄올 추출을 늘리면서 밀.보리.옥수수를 비롯한 곡물 가격이 크게 올랐고, 그 결과 이런 곡물을 이용한 식품 가격도 따라 뛰고 있다고 보도했다.

◆ 곡물가격 급등=최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밀 선물가격은 부셸(약 27㎏)당 6.1달러(약 5500원)를 넘어섰다. 11년 만에 최고치다. 부셸당 4달러 초반에 거래되던 4월 초와 비교하더라도 두 달 새 40% 이상 올랐다. 옥수수 선물 가격도 최근 한 달 새 20%가량 오르며 부셸당 4달러대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관련 부동산 값도 뛰어 옥수수 주생산지인 미국 아이오와주의 땅값은 지난해 1년 동안 35% 올랐다. 곡물 수출 2위 국가인 아르헨티나의 옥수수 농장 가격도 평균 27%나 뛰어올라 뉴욕 맨해튼의 아파트 값(11%)을 크게 웃돌았다.

프랑스 농림부도 올 들어 자국에서 팔리는 보리.옥수수.카카오.콩 등 기초적인 곡물 가격이 한 주도 빠짐없이 계속 올랐다고 발표했다.

◆ 식료품 가격 연쇄 인상=기초 곡물가격 상승은 각국 식료품 가격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옥수수.보리 등을 사료로 하는 젖소의 사육비가 오르면서 우유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는 다시 우유를 원료로 하는 버터.치즈의 가격 인상을 부추겼고 마지막으로 빵과 비스킷 값까지 올려놓았다. 이에 따라 미국 식료품 가격은 1~5월 중 6.7% 올라 지난해에 비해 상승 폭이 3배 이상 커졌다.

영국도 식료품 가격이 최근 6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중국의 돼지고기 값은 사료 값 급등에 1년 전보다 70% 이상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올 한 해 동안 버터 가격이 17%, 우유는 L당 4~5%, 카카오는 무려 25%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옥수수 농가는 최대 호황=음식재료 가공업체와 소비자들이 울상을 짓는 반면 농가는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프랑스 농림부는 지난해 농가 평균 수입이 2005년에 비해 16% 정도 늘어난 것으로 추산했다. 올해는 다시 20~25%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옥수수 등 대체에너지 개발에 이용되는 농작물로의 집중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다른 농작물 가격의 상승까지 부추길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의 경우 올해만 옥수수 재배 면적이 500만ha 더 늘어날 것이라고 르피가로는 전망했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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