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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푸틴에 아주 특별한 대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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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4년 겨울올림픽 유치를 지원하기 위해 과테말라로 가던 길에 1일 미국에 들렀다. 그런 그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대서양 연안의 메인주 케네벙크포트의 가족 별장으로 초대했다. 100년 이상 된 부시 가문의 사유지로 부시 대통령이 외국 정상을 초대한 건 처음이다.

푸틴이 인근 공항에 도착하자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이 그를 마중했다. 푸틴이 아버지 부시와 함께 헬기와 리무진을 이용해 별장으로 들어서자 부시 대통령은 반갑게 그와 악수를 했다. 푸틴은 부시 대통령의 어머니 바버라와 부인 로라에게 꽃다발을 선사했다. 이어 부시 부자(父子)와 함께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 해안을 관광했다.

만찬 메뉴는 메인주 명물인 바닷가재(랍스터)였다. 황새치 요리도 나왔다. 아버지 부시 부부와 로라도 참석한 만찬에선 이란 핵문제나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MD) 같은 무거운 현안은 거론되지 않았다. 두 정상은 2일 아침 보트를 이용해 바다낚시를 하고 나서 둘만의 조찬회동을 했다. 이어 비공식 회담과 오찬을 한 다음 헤어졌다.

두 사람의 만남은 이처럼 다정해 보였지만 주요 현안에 대한 견해차는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은 핵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이란을 압박하는 데 러시아의 협조를 부탁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란에 대한 제3차 제재를 검토하고 있는 만큼 러시아도 동참하라고 했다. 또 미국이 폴란드와 체코에 배치하려는 MD는 이란 미사일의 유럽 공격에 대비하는 것으로, 결코 러시아를 겨냥한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푸틴은 이런 모든 문제에 부시가 원하는 답을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때문에 "미국을 히틀러의 나치에 비교한 적이 있는 푸틴의 적대감을 다소 누그러뜨린 것을 빼고는 별 성과가 없는 회담"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부 언론은 '랍스터 회담'에 그쳤다고 표현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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