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득점·저득점자들 과감히 후기대 포기/경쟁률 크게 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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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재수 두렵지 않다” 고득점자/“4년제 미련없다” 저득점자
전기대 고득점 낙방생들은 재수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저득점 낙방생들은 더이상 4년제 대학 진학에 연연하지 않았다.
93학년도 후기대 원서접수 결과 전체 경쟁률이 5대 1선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입시 관계자들의 예상이 크게 빗나간 것은 이처럼 양극의 집단이 지원자체를 포기하는 변화상을 읽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같은 변화상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대학별 본고사에 대한 기대감,쉬운 출제로 인해 높아진 득점 수준에 대한 아쉬움,최근의 대졸 취업난 등으로 인해 수그러든 대학 진학 열기 등이 복합적으로 빚어낸 결과다.
후기대 경쟁률이 88학년도 이후 최저치로 낮아짐으로써 당장 29일 실시될 학력고사의 합격선 등락폭도 당초 예상과는 다르게 나타날 전망이며 2월 실시될 전문대 입시 양상도 크게 변화될 것이 확실시된다.
◇경쟁률 하락 원인=일선 고교 및 학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기대 낙방생 가운데 많은 숫자가 「재수 또는 4년제 대학 진학 포기」 「후기대 지원」 사이에서 고민하다 결국 전자를 택했다는 것이다. 고득점자의 경우 새로 시행되는 대입제도에 심리적 부담감을 갖기보다 오히려 자신들에게 더 유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고교 1학년이 2학년보다 성적이 오히려 더 좋게 나온 실험평가 결과에서 보듯 시험성격상 무경험자라고 불리할 것이 없으며 반영비율도 낮고(20∼30%)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주요 40개 대학이 본고사를 치러 학원에서 본고사 과목인 국어·영어·수학을 집중적으로 파고들면 재학생보다 유리한 고지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엔 3백점을 훨씬 넘는 높은 점수로 「무명대학」에 안주하기가 억울하다는 심리상태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원서를 접수중인 유명 학원들은 우수생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후기대에도 들어갈 자신이 없는 저득점 낙방생들은 최근의 사회상 변화에 따라 일찌감치 취업이 잘되는 전문대 진학 쪽으로 방향을 수정하거나 아예 기술학원 등에서 사회진출을 모색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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