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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국악실내악 운동|우리가락 대중화 앞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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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문화는 역사 속에서 영원히 살아 숨쉬는 유기체다.
한 문화는 그 시대를 반영한다. 따라서 문화의 한 부분을 이루는 예술은 지금, 이 시대를 표현해야만 한다.
이 같은 논리아래 전통 예술로만 인식되던 국악을「우리나라의 음악」으로 새롭게 해석, 시대성의 반영을 강력히 주장하고 나선 일군의 젊은이들이 있다.
국악 실내악운동으로 요약되는 이 젊은 문화는 80년대 중반부터 서서히 싹트기 시작, 90년대 들어서며 본격적인 세를 과시하고 있다.
국악연주라면 대규모의 국악관현악단이라든가, 같은 종류의 악기만으로 구성된 합주 또는 삼현육각이나 독주가 전부였던 국악계에 서로 다른 악기들로 편성된 소규모의 실내악단 연주를 펼쳐 보임으로써 극도로 보수적인 국악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것이 바로 7년 전. 국악기뿐 아니라 기타, 신시사이저 등 서양악기까지 함께 편성했으니「예전 그대로」를 제1의 가치로 삼아 오던 국악계의 놀람이 어떠했을 지는 가위 상상하고도 남는 일이다.
「대중과 함께 하는 국악」을 목표로 국악 가요운동도 함께 펴고 있는 이들은 그러나 기성세대들의 「국악을 다 망쳐놓는다」는 한탄 섞인「거부감」을 비웃기라도 하듯 빠른 속도로 청소년층을 파고들어 젊은 문화로 자리 매김을 확고히 했다.
새로운 실내악단도 줄을 이어 현재 활동중인 10여 개의 국악실내악단 가운데 최근 2년간 발족한 것만도 오느름·한마루·새여름·해오름·다스름·어울림(부산)등 6개나 된다.
서양악기와 국악기를 접목시킨 이들의 시도는 기성악단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젊은 문화의 위세는 대단하다.
20대 후반에서 30대에 이르는 젊은이들이 이끌고 있는 이 국악 실내악운동의 대표 주자는 어울림. 86년 창단된 이 실내악단은 기타·가야금·대금·해금·거문고·신시사이저·장구 등 7명으로 조직돼 있는데 실내악 운동을 주창한 작곡가 이예욱 씨(38·서원대 교수)가 대표 겸 기타리스트로 참가하고 있다.
88년「어울림」제1집 독집디스크를 출 반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한 이 악단은 90년대 들어서 연 평균 약 20회의 공연을 기록하며 제4집까지 디스크를 발표했다.
국악 실내악운동을 주도해 온 양대 산맥의 하나는 슬기둥. 85년 창단된 이 실내악단은 대금·피리·해금·아쟁·거문고·가야금·신시사이저·기타·타악기로 편성돼 있는데 멤버는 모두 9명. 초기 작곡가 김영동 씨가 이끌었던 이 악단은 김씨의 퇴진으로 잠시 주춤하는 듯 했으나, 이준호 씨(34·KBS국악관현악단)의 리드로 다시 활기를 되찾아 연간 20여 회의 공연과 함께 제6집 디스크까지 출 반했다. 국악이 오늘날까지 맥을 이어온 것은 사실이지만「한국인의 삶」, 속에 더불어 존재하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현대인의 감성에 맞게 대중화, 생활음악으로 뿌리내려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러나 이승렬 국립국악원장이 지적한대로 대중화에는 성공했으나 국악이 지니고 있는 깊은 맛과 우리 민족의 내면성을 표현하는데는 미흡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국악 속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음악정신을 함께 되살려 내는 일. 이것이이들이 늘어야 할 숙제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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