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용·이상호 뜨는 '믿을 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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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한국의 14번, 이청용, 이 이름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1일(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경기장. 20세 이하(U-20) 월드컵 축구대회 D조 한국과 미국의 경기를 중계하던 캐나다의 한 방송국 해설자는 이청용(FC 서울)을 극찬했다. 김동석(서울), 이상호(울산 현대)와 함께 허리를 맡은 이청용은 신광훈(포항 스틸러스)과 침투 패스를 주고받으며 미국의 오른쪽을 휘저었다. 0-1로 뒤지던 전반 38분 신영록(수원 삼성)의 동점골도 이청용의 중앙돌파에서 출발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이상호는 미국의 게임메이커인 '축구 신동' 프레디 아두(18)를 봉쇄하는 책임을 맡았다. 열네 살 때부터 U-20 월드컵에서 뛰어 이번이 벌써 세 번째 출전인 아두는 미국 공격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경기 내내 이상호에게 막혀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였다.

한 박자 빠른 원터치 패스, 과감한 태클과 돌파까지 이청용과 이상호는 중원을 장악했다. 한국 선수들이 공을 가로채면 캐나다 관중은 발을 구르며 리듬을 탔다. 실내경기장을 '쾅- 쾅-' 울리는 발소리는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후반에는 파도타기 응원까지 가세했다.

'허리'를 맡은 미드필더에 비해 먹잇감을 놓치지 말아야 할 공격진의 '부리'는 좀 무뎠다.

전반 15분 상대 수비수에게 공을 뺏은 이청용은 쇄도하던 신영록에게 기회를 내줬다. 하지만 빗맞은 공은 힘없이 굴러갔다. 한국은 이 기회를 놓친 직후 미국 대니 체텔라에게 선제골을 뺏겼다. 선발 투톱인 심영성(제주 유나이티드)에게도 많은 찬스가 이어졌다. 후반 4분 크로스바를 맞힌 건 불운이라 하더라도 결정적 기회에서 골 맛을 보는 데 실패했다.

조동현 감독은 "선수들이 긴장해 초반 몇 차례 득점 기회를 놓쳤다"며 "일찍 선제골을 내줘 이를 만회하려다 어려운 경기를 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1-1로 비긴 한국과 미국은 승점 1씩 나눠 가지면서 공동 2위가 됐고, 개막전에서 브라질을 1-0으로 꺾는 파란을 일으킨 폴란드(승점 3)가 조 1위에 나섰다. 한국은 4일 브라질과 2차전을 치른다. E조의 북한은 파나마와 0-0으로 비겼다.

몬트리올=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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