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짱의 금자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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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한국 프로야구에서 이승엽(당시 삼성)은 만 4년3일, 520경기 만에 100홈런을 달성했다. 일본에선 3년6개월, 432경기 만이다. 한국에서보다 단축된 기록이지만 고국에서 보낸 9시즌을 압축한 만큼의 시련과 고난을 딛고 이룩한 금자탑이다.

2003년 국내에서 아시아 홈런 신기록(56개)을 달성했지만 미국 진출에 실패한 이승엽은 이듬해인 2004년 2년간 5억 엔에 롯데 지바 머린스에 입단하며 일본 프로야구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일본 투수들의 예리한 변화구와 약점을 헤집는 '현미경 야구'에 휘말려 2군을 오갔고 타율 0.240, 14홈런이란 비참한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이듬해 좌투수가 등판하면 벤치를 지키는 '플래툰 시스템'의 수모 속에서 0.260, 30홈런을 달성한 이승엽은 수입 감소를 각오하고 2006년 2억1000만 엔(1년)에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둥지를 옮겼다. 그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홈런(5).타점 (10)왕에 오른 이승엽은 하라 요미우리 감독으로부터 4번 타자로 낙점됐고, 시즌 막판 무릎 부상과 싸우면서도 0.323, 41홈런, 108타점으로 기대에 부응했다.

올해는 왼쪽 어깨 부상으로 페이스가 떨어져 처음으로 6번 타순에 서기도 했다. 하지만 팀 우승과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도전은 계속 진행 중이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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