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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이 공항, 인천에 반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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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여객에서는 몰라도 물류에서만은 동북아 허브 공항 자리를 놓칠 수 없다."

일본 오사카(大阪)의 간사이(關西) 국제공항이 인천 국제공항에 도전장을 던졌다. 인천공항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던 간사이 공항이 이번에 제2의 활주로를 건설하면서 재도약의 꿈을 키우고 있다. 한 달 뒤(8월 2일)로 예정된 두 번째 활주로 개장과 24시간 가동체제 출범을 앞두고 마무리 손질이 한창인 현장을 찾아가 봤다.

오사카만(灣)을 가로지르는 3.75㎞의 연륙교를 지나면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인공섬에 자리잡은 간사이 공항에 이른다. 1994년 문을 연 이곳은 오사카.교토(京都).고베(神戶)를 포함한 일본 2위의 경제권인 간사이 지방의 관문이다.

막대한 공사비에 비해 활용도가 낮다는 지적을 받아온 간사이 공항이 새로운 도약의 꿈에 부풀어 있다. 기존 부지 옆에 인공섬을 또 만들고 제2 활주로를 닦은 것이다. 길이는 기존 것보다 500m 더 긴 4㎞로 항공기 대형화 추세에 대비했다. 9000억 엔(약 7조원)을 들인 활주로 증설로 이착륙 용량이 비약적으로 늘고 24시간 가동도 가능해진다. 화물 허브 공항이 되려면 24시간 가동이 필수적이다.

"개항 13년 만에 글로벌 공항으로 발돋움했다. 여태껏 일본이 얼마나 공항 후진국이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정부가 '아시아 게이트웨이' 전략을 내걸고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으니 앞으로는 확실히 달라질 것이다."

마쓰시타(松下) 전기 부사장을 거쳐 2003년 간사이 공항 사장으로 영입된 무라야마 아쓰시(村山敦)의 말이다. 민간인 출신답게 그는 활주로 증설과 함께 화물 운송에 초점을 맞춘 '물류 허브 공항' 전략을 내걸었다.

"간사이 공항은 비(非)수도권 공항이란 태생적 약점을 안고 있다. 인천공항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화물에 특화해 살길을 찾기로 했다. 간사이 지역의 물동량이 많기 때문이다."

내년엔 초대형 에어버스 A380이 취항할 수 있는 화물 주기장이 완성된다. 지난해부터 잇따라 문을 열고 있는 DHL.페덱스.유센항공.한큐교통.일본화물 등의 새 적재장이 모두 완성되면 화물 설비는 기존의 세 배가 된다. DHL은 처리 능력을 세 배로 늘린 최신 물류시설을 이미 개장했다.

이런 노력의 성과는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국으로 오가는 화물편 취항편수가 개항 이래 최다인 주당 205편이 된 것이다. 또 젠닛쿠항공(ANA)은 나고야의 중부 공항을 거점으로 삼던 국제화물 수송업무를 가을부터 이곳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간사이 공항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착륙료와 각종 시설이용료가 비싸다는 점이다. 인천공항의 두 배 이상이다. 가장 큰 장점은 대기업과 공업지대가 밀집한 간사이 경제권이 배후에 있다는 것이다. 지역 인구가 2400만 명에 이르고, 역내 총생산(8140억 달러.2003년 기준)은 한국보다 많다.

오사카=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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