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부의 대입 폭정에 ‘반기’ 든 대학총장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사립대 총장들이 며칠 전 정부의 ‘대입 폭정(暴政)’에 집단으로 반기를 들었다. 학생 선발권을 최대한 대학에 맡기라는 성명서도 채택했다. 정부의 제재 압력에 눌려 숨죽여 지내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불려가 망신까지 당했던 총장들이 폭발했다고 본다. 교육을 정치적 포퓰리즘으로 이용하는 노 대통령과, 코드 정책에 앞장서는 김신일 교육부총리 때문에 우리 대입은 붕괴 직전이다.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 대학의 자율적인 학생 선발권은 거의 고사(枯死)됐다. 교육인적자원부는 3불(본고사·고교 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정책도 부족해 논술 등 전형요소 반영 방법까지 일일이 강요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대학에선 교육부가 학생을 뽑아 배정하라는 볼멘소리까지 나오는가. 그뿐만이 아니다. 노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대입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꾼다. 그러고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다. 뻔뻔스럽기 짝이 없다. 그 피해는 몽땅 대학과 학생들이 뒤집어쓰고 있다.

정부가 아무리 윽박질러도 대학들은 대입을 살려야 한다. 사립대 총장들이 밝혔듯이, 올 대입을 불과 몇 달 앞두고 갑자기 내신 실질반영비율을 50%까지 높이는 것은 문제가 너무 많다. 강행할 경우 대입은 매우 왜곡되고, ‘대입 대란’이 일어날 것이 뻔하다. 내신 문제는 단지 학생 선발 방법과 관련된 게 아니다. 대학입시제도의 안정성과 신뢰도가 최소한이나마 지켜지느냐, 아니면 완전히 붕괴되느냐를 가늠하는 관건이다.

대학 자율권이 정부에 의해 능멸당하는 데 대해 대학교수들이 들끓고 있다. 중앙SUNDAY(7월 1일자)의 조사 결과 6명의 전직 교육 수장도 정부의 획일적인 내신 반영 강요는 대학 자율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밝혔다. 김 교육부총리는 대학 입장을 긍정적으로, 유연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행보를 보면 허울 좋은 빈말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대학들은 더욱 적극 나서 할 말은 하고, 아닌 것은 과감하게 거부해야 한다. 그래야 자율을 되찾을 수 있고, 우리 교육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