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국 아이폰 '광풍' 전쟁터 방불케 해

중앙일보

입력

[사진=아이폰 홈페이지]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 한 세기에 한 번 볼까말까한 진풍경이 시장에서 연출되고 있다.
새로 나온 전자상품을 사기 위해 새벽부터 시민들이 상점 앞에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마치 전쟁터에서 배식을 기다리는 피난민들의 모습을 방불케 한다. 바로 29일(현지시간)부터 출시된 애플의 다기능 핸드폰 '아이폰' 구매 현장이다.

뉴욕 맨하탄 5번가 애플 매장에는 신제품 출시 10여시간 전부터 수백명의 구매자들이 몰려 들었다.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은 이날 오후 톱기사로 “뉴욕 등 여러 도시에서 수 많은 사람이 아이폰을 먼저 손에 넣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는 맨해튼 5번가에서 하루 전부터 밤을 새우며 기다린 50대 남성이 “수 천명이 기다리고 있어 내가 살 수 있을까 걱정된다”고 말한 인터뷰 내용이 담겨있다. 아이폰 구매를 위해 휴가를 냈다는 재즈 음악가와 ‘아이폰 살 사람들의 줄’이라는 표지판까지 만들어 결국 첫 번째 구매자가 된 17세 소년의 사연도 실렸다.

애플사 CEO 스티브 잡스의 전 파트너였던 스티브 오즈니악과 필라델피아 시장도 새벽잠을 설치고 나와 백화점 앞에 줄을 섰다. CNN 머니는 “1만 8000명의 애플 직원들에게 반가운 소식과 안타까운 소식이 동시에 전달됐다”며 “반가운 소식은 모든 직원들이 아이폰을 공짜로 받게 된다는 것이고, 안타까운 소식은 받기 위해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애플이 한 사람 당 2개씩으로 구매 대수를제한하자 돈을 주고 대리 구매를 부탁하는 경우도 목격되고 있다. 아이폰을 사려는 소비자들의 이상열기는 ‘아이 컬티스(iCultisㆍ아이폰에 열광하는 이들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문화를 일컫는 말)’라는 신조어까지 등장시켰다고 한 언론은 전했다. 미 언론들은 아이폰 구매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진풍경을 주요 뉴스로 다루며 아이폰 판매에따른 애플의 사세신장을 주가와 겨누어 예측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아이폰은 디자인과 기술력을 결합한 현대 기술의 기린아”라고 격찬하며 기능을 소개하거나 판매를 점치는분석기사를 잇따라 보도하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이폰은 애플의 인기 미디어플레이어인 ‘아이팟(iPod)’에 휴대전화를 결합시킨스마트 폰이다. 음악 재생과 전화 통화는 물론이고 문자 메시지, 전자 메일, 웹 검색, 사진 촬영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국내 제품인 LG의 ‘프라다폰’과 SKY의 일명 ‘붕붕폰’ 처럼 터치패드 스크린으로 조작하도록 고안되었다. 이번에 출시된 모델은 데이터 저장용량을 기준으로 4기가바이트와 8기가바이트 두 가지이며, 가격은 각각 499달러와 599달러. 애플은 내년에 아이폰을 1천만개 이상 판매해 세계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1%를 달성하고 50억 달러 이상을 매출을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미국의 휴대폰 사용자 10명중 1명이 아이폰 구매의사를 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반영하듯 애플의 주가는 아이폰을 1월 공개한 후 5개월 만에 44% 이상 급등했다. 하지만 아이폰이 넘어야할 산도 만만치 않다고 현지 언론들은 지적하고 있다. 아이폰의 출시가 경쟁업체들을 자극하고 있는데다 디자인 표절 시비도 일고 있기 때문이다.

노키아,삼성전자 등 유수의 단말기 업체들은 아이폰이 자랑하는 대형LCD화면·터치스크린·MP3 등 최첨단 기능을 탑재한 휴대전화를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다. 미국 네트워크 회사인 시스코시스템스는 아이폰이란 이름이 자사의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애플을 제소해 놓은 상태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아이폰이 가격도 비싸고, AT&T사를 통해서만 네트워킹할 수 있는데도 소비자들이 계산 없이 종전에 쓰던 휴대폰을 폐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봉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