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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상가아파트/서울에도 곳곳에/“아슬아슬한 실상” 본사조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가스관리 허술·벽균열·소방 무방비/악조건 많은 곳 청계천 등 10여군데
청주 우암상가아파트와 같이 화재 위험성이 높은 상업시설과 집단 주거시설이 결합된 주상복합건물의 상당수가 각종 가스나 방화시설 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사고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수상복합건물은 교통문제·주택난을 해소하고 도시공동화를 막기위해 정부가 권장하고 있는 건물형태지만 방화관련 법령 등 전반적인 건물관리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본사 취재팀이 서울시내 대형 주상복합건물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대부분 이같은 문제점이 있었다.
◇가스관리=서울 북부 고속화도로의 통과로 입주주민 이주가 진행중인 서울 홍은동 유진상가아파트 B동의 경우 각 가정으로 집단 공급되는 LNG가스관리가 허술해 남아있는 20여가구 주민들이 불안해하고있다.
관리사무소측은 주민들의 이주로 빈 70여가구의 가스공급을 중단하기 위해 가스공급파이프를 절단,폐쇄했으나 절단파이프 구멍을 나무·쇠붙이·비닐 등으로 틀어막는 등 차단상태가 엉망이어서 가스누출 위험성이 높다.
서울 청계천7가 상가아파트는 LP가스통을 옥외에 설치해놓고 사용해야 함에도 일부 업소들이 복도앞에 두고 있으며 서울 중화동 주상복합건물의 일부 업소들도 옥외에 노출된 부분은 금속관으로 둘러싸 고무호스의 손상을 방지해야 함에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서울 동소문동 삼선상가아파트의 경우 일부 가정과 업소들이 옥내에 가스통을 들여놓고 사용해오다 우암아파트 붕괴사고 이후 반상회를 열어 가스통을 옥상위로 옮겼다.
◇소방시설=74가구가 입주해 있는 서울 월계상가아파트의 경우 화재경보기가 파손돼있고 소화전·소화기가 비치돼있지 않았으며 상가1층의 4곳에 자동차수리센터가 입주해 있어 건물주변이 온통 고장난 차로 뒤덮여있다.
서울 대림2동 주상복합건물은 건물주변에 지상에서 2.5m 높이로 고압선이 거미줄처럼 늘어져 있어 화재발생때 고가사다리차의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며 서울 원효상가아파트의 경우도 건물 뒤편 이면도로가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어 소방차의 접근이 어려워 보였다.
유진상가의 경우 각층 아파트비상구 2개중 1개가 아예 폐쇄돼 있었으며 소화기 등 소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는데 우암아파트 붕괴사고직후인 8일 오후 뒤늦게 관할구청·소방서에서 나와 점검하는 모습도 보였다.
월계상가아파트에 사는 손소일씨(42·운전사)는 『아파트내의 LP가스통 관리나 소방시설 등이 미비해 항상 불안하게 살고 있다』며 『구청에 여러차례 시설보완을 민원했으나 별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사고위험=청계천 7가 상가아파트와 신영상가아파트 등 서울시내 10여곳의 상가아파트와 청주시 북문동 상가아파트 등 청주시내 4곳의 주상복합건물도 벽에 금이 가고 곳곳에서 물이 새는 등 붕괴위험성이 있어 이들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이번 우암아파트 사고와 같이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주상복합건물의 경우 화재위험성이 있는 상가와 집단거주시설인 아파트가 결합돼 있어 화재발생때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데도 현행 관계법규상 별도규정을 두지 않고 일반 건물과 같이 방호관리를 하는 허점을 지니고 있다. 또 소방점검도 건물종류에 관계없이 1년에 한번씩 획일적으로 실시하게 돼있으며 소방법규를 어겨도 처벌이 약해 제대로 소방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이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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