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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기경|교황 선출권한 가진 "홍의 제상"|세계 각국서 VIP예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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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추기경이란 카톨릭 교계제도상 최 상권자인 교황 다음가는 성직자 지위를 가리킨다.
이 추기경이란 말은「교회의 중추」 란 일반적 의미를 띠고 대체로 서기 5세기 무렵부터 쓰이기 시작했는데 그후 차츰 로마카톨릭교회만이 배타적으로 사용하는 특수용어로 정착됐다.
당초 추기경은 추기 성당이라고 불리던 로마 소재 25개 주요성당의 수석사제들을 지칭하는 것이었으나 8세기 로마 인근의 라테란바실리카에서 교황의 전례집행을 돕거나 대리하던 7개 교구 주교들까지 같은 범주에 포함시키게 되면서 그 수가 30여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1059년 니콜라우스 2세에 의해 교황 선출 권을 부여받음으로써 한층 권위를 높이게 된 이들 추기경은 16세기 후반 식스투스 5세 대에 이르러 다시 로마 근교 교구장 명의를 받는 주교추기경 6명, 로마 외 일반지역교회 대주교로 구성되는 사제추기경 50명, 부제 명칭을 받는 부제추기경 14명 등 모두 70명의 정원체제를 갖추게 됐다. 고대 이스라엘의 모세 설화를 본떠 만든 70명 정원제는 그후 요한 23세와 그 뒤를 이은 바오로6세에 의해 폐지되고 추기경들은 숫자의 제한 없이 교황의 재량에 따라 자유롭게 임명될 수 있게 됐다.

<교황이 임명권자>
추기경은 앞서 설명했듯이 교황을 빼놓고는 카톨릭 하이어라르키의 맨 윗자리를 차지하는 최고위 성직이다. 따라서 추기경이란 말 앞에는 언제나 SRE(Sante Rome Ecclesiae·거룩한 로마교회의)란 형용 존 구가 붙게 돼 있다. 교회법 제349조는 추기경들을『중대한 문제들을 다루기 위해 함께 소집되는 때에 합의체적으로 행동하여 교황을 보필하거나 또는 개별적으로 수행하는 여러 가지 직무로 특히 보편교회의 일상 사 목에 교황을 도와 드림으로써 교황을 보필하는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추기경승격을 위한 자격조건은『적어도 탁덕(신부)품을 받았고 학식과 품행·신심 및 업무처리의 현명함이 특출한 남자』여야 한다. 그때까지 주교가 못된 대상자는 추기경에 임명되는 것과 동시에 주교축성을 받아야 한다.
전에는 추기경 승격 자격을 놓고 나이나 출생신분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제약조건들이 많이 따랐지만 지금은 전적으로「교황의 자유의지에 의한 서임」에 맡겨지고 있다. 그리하여 새 추기경은 추기경단 앞에서 공고되는 교황의 교령으로 서임 되고 공포된 때부터 법률로 규정된 의무와 권리를 갖게 된다.
교황의 추기경 서임 공포에 따른 재미있는 예외적 관행의 하나로 이른바「인 펙토레」 (In Pectore)라는 것이 있다. 인 팩토레란 라틴어 어의 그대로 교황이 특정인의 이름을「가슴속에 품고서·추기경 서임을 공포하는 것을 말한다. 꼭 추기경이 돼야 할 사람인데도 피치 못할 사정 등으로 공시하기 곤란할 경우 교황은 그를「혼자 가슴속에만 묻어 둔 채」서임 했다가 일정한 시일이 흐른 다음 정식으로 그의 이름을 밝히게 되는 것이다.
몰론 인 펙토레로 추기경 품위에 오른 자는 교황에 의해 그의 이름이 공포된 날부터 추기경의 권리와 의무를 지닐 수 있게 되지만 우선 순위 권은 교황이 그의 이름을 가슴에 품은 날부터 누리게 돼 있다

<충성다짐 선서>
교황으로부터 추기경 임명을 받은 당사자는 해외거주자일 경우 특사에게서 임명장을 받는 즉시 로마로 가 서임 식에 참석해야 한다. 신임 추기경은 이 서임 식전에서 신앙고백과 함께 앞으로 교황에게 충성을 다할 것을 다짐하는 선서서 하게 되며 이때 추기경을 상징하는 진홍색 비레타(모자)와 보관·법복 등을 하사 받는다. 흔히 추기경을 홍의 재상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그들이 걸치는 법의의 상징 색이 진홍색이기 때문이다.
추기경에 임명되는 사람은 하나의 창조 과정을 완성한 것으로 간주된다. 교황과는 아버지와 아들에 준 하는 관계로 굳게 결속되며 따라서 이들은 중세이래 상당기간 군주의 예호 인 「전하」훅은「예하」로 불렸다.
추기경은 카톨릭으로부터의 파문과 같은 개인적 불상사를 겪지 않는 한 당사자가 종신 토록 유지할 수 있는 영구품위다.
다만 바오로 6세가 1967년에 단행한 법제 개편에 따라 교황청·바티칸시국의부서, 기타 교구청 갑은 상실기관들을 관장하는 추기경들은 5년 임기제의 적용을 받고 75세가 되면 직무를 사퇴해야 한다. 이 경우에도 사퇴는 권고의 형식을 취하게 되며 최종적인 처리는 교황의 몫이 된다.
교황에 대한 자문과 보필을 의무로 하는 추기경은 그들이 떠 안는 막중한 의무만큼이나 특권도 누린다.
추기경은 어느 곳에 거주하건 그 곳 교구장의 통치권에서 면 속 된다. 언제 어느 곳에서나 고해성사나 은사를 행할 수 있으며 자유롭게 미사를 집 전할 수도 있다. 본인이 원하면 어느 때라도 교황을 알현할 수 있고 또 소속국가와는 상관없이 바티칸시국의 시민이 갖는 모든 권리를 행사환 수 있다, 일종의 관행이지만 추기경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최고의 귀빈( VIP) 대우를 받는다. 여기에 중세에는 물질적·신분적 특권까지 곁들여 이탈리아 같은데 선『추기경만 되면 지나가는 열차도 세울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생겨나기도 했다.
추기경은 개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추기경단이라는 집합기관을 통해 단체적으로도 교황을 보필한다. 이 추기경단은 카톨릭교회 내의 원로원으로서 세계교회를 위한 교황의 업무를 돕는 중요한 자문기관이다.
추기경들의 회의는 일반회의와 특별회의의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추기경단에 소속>
일반회의는 정례회의로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중요 사안을 다루거나 장엄행사를 거행하기 위해 로마에 거주하는 추기경들을 대상으로 소집된다. 이노센트3세 때는 이 정례회의가 1주일에 세 차례씩 열렸다고 하는데 그 후 한 두 달에 한번 꼴로 점차 소집횟수가 줄어들었다. 대신 최근 들어서는 로마거주 추기경들을 분야별로 갈라 의회(Congregation)란 이름의 여러 분과소위를 설정, 모임을 갖게 함으로써 소관업무의 전문화와 결재의 신속· 능률을 꾀하고 있다.
교회의 특별한 일이나 정례회의만으로 해결이 곤란한 보다 중대한 사안이 걸려 있을 때 교황의 명령으로 소집되는 회의가 특별회의 (비 정례회의)다. 이 때는 로마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거주하는 모든 추기경들이 참석해야 한다.
추기경회의는 정례· 비 정례를 막론하고 비밀회의가 원칙이다. 다만 장엄 행사를 목적으로 소집된 정례회의만은 추기경 외에 고위성직자·바티칸주재 각국사절· 기타 인사들을 초청, 공개 리에 회의를 진행해 오고 있다.
추기경 혹은 이들의 집합체인 추기경단의 가장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는 교황선출 권 행사라고 할 수 있다. 추기경단에 교황선출의 배타적 권한이 명시적으로 허용된 것은 11세기 알렉산더3세 때의 일이었다.
교황이 임기 중(종신)사임하거나 사망하게 되면 전세계의 추기경들이 모두 바티칸에 모여 후임 교황 선출에 들어간다. 이 경우 교황선거권자의 자격은 1970년 11월 당시 교황 바오로6세가 새로 공포한 법령 규정에 따라 만80세 이하의 추기경에게만 허용된다.
흔히 콘클라베(Conclave)라 부르는 교황선거는 대개 추기경들의 입장과 함께 사방 출입문이 완전 봉쇄된 시스틴 성당 안에서 진행된다. 추기경들의 호선에 의한 교황선거는 언제 끝날지 전혀 기약이 없다. 때로는 만장일치로 단 하루만에 선거가 끝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하루에도 몇 차례씩 투표를 되풀이해야 하는 진통이 따르곤 한다.

<80세 이하만 자격>
역사상 가장 길고 불안했던 교황선거는 1268년11월29일 클레엔트 4세가 사망한 후 비테르보에서 열렸던 콘클라베였다. 당시 선거에 참여했던 17명의 추기경들은 새 교황 선출에 합의를 보지 못한 채 치안판사가 넣어 주는 빵과 물만으로 무려 2년9개월 동안이나 본의 아닌 유폐 생활을 해야만 했다. 그런가 하면 재위 한 달만에 세상을 떠났던 요한 바오로1세(현 교황의 전임자)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 때는 단 하루만에 선거 결과가 공표 되는「기록」을 낳기도 했다.
교황을 선출하는 방식은 크게 전원일치 합의, 위임선출, 3분의2 과반수(또는 단순과반수) 등 세 가지가 있으나 지금까지 전원일치 합의위임 선출방식은 사용된 일이 없고 3분의2 과반수 또는 단순과반수 찬성방법이 주로 쓰여 왔다. 콘클라베와 관련해 성직을 매매한 추기경, 교황선출 과정을 누설한 성직자와 비 성직자는 즉각 파문된다.
교황 선출 시에는 밖에서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굴뚝 연기로 신호를 내보낸다. 새 교황의 탄생이 결정되면 흰색 연기, 미결일 경우에는 검은색 연기를 내보내는데 이때 흰색 연기를 내기 위해선 투표용지에 백연 발생 화공약품을 섞어 불을 지핀다고 한다. <정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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