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이창호 사범님, 한판 붙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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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진짜 결승전은 이번이 처음이라 몹시 긴장됩니다. 편안하게 대국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오래 전부터 '천재성'을 인정받아온 강동윤(사진)6단이 본격기전 결승에 처음 나선 소감이다. 강동윤은 26일 오후 8시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4기 전자랜드배 왕중왕전 준결승에서 또 다른 신흥강자 백홍석 5단과 선혈이 낭자한 난타전을 전개한 끝에 171수 만에 흑불계승을 거두고 대망의 결승무대에 올랐다.

우승컵(상금 4500만원)을 다툴 상대는 다름아닌 이창호 9단. 그는 하루 앞서 벌어진 준결승전에서 이 대회 돌풍의 주역이었던 51세 노장 김일환 9단을 꺾고(181수 흑불계승) 비교적 수월하게 결승에 올랐다. 3번기인 결승전은 7월 2일 시작된다. 강동윤은 1989년 생으로 올해 만 18세. 5년 전에 프로에 입문한 그는 조훈현 9단과 이세돌 9단의 계보를 이을 만한 날카로운 감각의 천재기사로 주목받았고 입단 3년째인 2005년엔 두개의 신예기전(SK가스배. 오스람 코리아배 )에서 잇따라 우승하며 이해 바둑문화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6년엔 기대에 미치지 못한 채 이영구.백홍석 등 또 다른 신인들에게 추월당하는 분위기였다.

2006년의 부진에 대해 강동윤은 "나는 속기에 너무 익숙해져서 시간이 긴 바둑엔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그걸 극복하는 것이 과제다" 고 대답한다. 실제 강동윤은 굉장한 속기이고 이 점에선 이세돌 9단에 필적할 만하다.

가장 좋아하는 기사는 의외로 조한승 9단. 강동윤은 "조한승 9단은 가장 강한 기사는 아닐지 몰라도 가장 바둑을 잘 두는 기사임엔 틀림없다"고 단언한다. 전투력 좋고 감각 좋은 강동윤이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든 한국바둑계에서 지역 맹주로 부상하는 것은 거의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번 이창호 9단과의 결승전은 의미 깊은 시험 무대가 될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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