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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마을] 수박 다이어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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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의 대학에 합격한 사촌 여동생. 학기 중에는 기숙사에서 지냈지만 여름방학이 되자 우리집으로 들어왔다. 아르바이트, 영어 공부에 댄스학원 등록까지. 문제는 힙합을 가르치는 멋진 남자 선생님에게 완전히 반해 버린 거였다. 그에게 조금이라도 더 예뻐 보이고 싶은 마음에 다이어트를 결심했으니, 자신의 친구가 큰 효과를 봤다는 수박 다이어트였다.

 그날부터 우리 집은 맹렬한 ‘수박 폭탄’에 초토화가 돼 버렸다. 다소 덜렁대는 데다 다혈질에 ‘오버’를 즐기는 사촌동생은 마트 진열대를 그대로 옮겨놨다 싶을 만큼 무지막지하게 수박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수시로 먹어야 한다며 보이는 곳곳에 수박 접시를 늘어놓았다. 식탁에는 잘라 놓은 수박들, 거실 탁자 위엔 수저로 퍼 먹을 수 있게 반으로 자른 수박, 내 방 화장대에는 수박 화채 그릇, 자신의 가방 속에는 수박 주스…. 우리 가족도 동생이 과하게 사다 놓은 수박을 처리하느라 덩달아 바빠졌다. 처음엔 더운 여름에 맛있는 수박을 실컷 먹으니 좋아 했지만, 다이어트 기간이 길어질수록 불만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일품 다이어트는 밥도 적당히 먹어 가며 해야 하는 건데 너무 수박에만 의존하는 것 같아 걱정이 됐다.

 드디어 내 베개 밑에서까지 수박 씨가 튀어나온 순간 참았던 불만을 터뜨리려 했으나 할 수 없었다. 무리한 다이어트로 동생이 결국 응급실 신세를 지게 됐기 때문이다.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빈혈과 가벼운 장염. 밥만 다시 잘 먹으면 된다 해서 한시름 놓았지만, 이번에는 또 “나 죽을 병 아니냐”며 대성통곡 ‘오버’하는 동생에게 내 사랑(?)의 헤드록을 선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쨌거나 동생의 수박 다이어트는 우리 가족에게 의외의 수확을 안겨 주었다. 어머니는 다이어트할 생각이 전혀 없으셨지만 수박을 너무 먹다 보니 체중이 4kg이나 빠졌다. 나는 수박 껍질의 하얀 부분으로 열심히 팩을 한 덕에 한여름에도 뽀얀 피부를 유지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남은 수박 껍질을 텃밭에 거름으로 줬더니 효과 만점”이라며 기뻐하셨다. 응급실 신세 뒤 규칙적 식사와 운동을 병행한 사촌 여동생 역시 ‘늘씬녀’로 거듭났음은 물론이다.

송지연(28·회사원·서울 방배3동)

7월 13일자 주제는 비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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