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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금융 축소·개선 시급/금융자율화(새정부 경제과제:1)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은행 인사자율·금리자유화 긴요/한은 위상재정립 조기 매듭돼야
개혁의 기대를 걸머진 새 정부가 곧 출범하고 국정과제중 경제가 가장 큰 현안이 되고 있지만 거창한 난제들을 한꺼번에 쏟아놓다가는 오히려 죽도 밥도 아닌 구두탄이 되는 수가 있다. 수많은 경제이슈중 새 정부가 당장 떠안아 풀어나가야할 과제들을 구체적으로 단순화시켜 4회에 나누어 점검해 본다.<편집자주>
여러 산업분야중 올해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이 될 분야는 금융이다.
실물의 덩치를 우선 키우고 보자는 지난날의 개발전략 아래서 고유논리를 희생해가며 「뒷돈」을 대오던 금융이 이제는 그 비효율성으로 인해 경제 전체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되었다는 공감대가 나라 안에 이루어져 있는데다,나라 밖으로도 개방 압력이 거세 어물어물하다가는 경제의 「안방」을 외국에 내주고 말리라는 위기감이 현실로 닥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의 변신을 요구하는 나라 안팎의 목소리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바로 「금융자율화」다.
그러나 금융자율화가 말처럼 쉬울리가 없다.
개방을 포함한 자율화 속도의 원급을 조정하는 문제부터가 우리 경제의 거시적인 상황이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에 철저히 좌우된다.
아무리 금융의 자율화가 경제 상황을 호전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다 하더라도 지나치게 서두르다가는 「본전」자체를 들어먹고 말 수도 있다는게 남미의 경험인 반면,금융의 빗장을 꼭 꼭 움켜쥐고 있다가 서방은행들이 주축이 된 국제결제은행(BIS)의 은행 건전성 기준변경 하나로 당장 경제의 거품이 꺼지면서 석유파동과 엔고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 이웃 일본의 현실이기도 하다.
머지않아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질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중앙은행의 위상을 어떻게 재정립하느냐도 금융자율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주춧돌」중 하나다.
우리의 현실에서 정부의 산업정책과 금융정책이 어떠한 보완·견제 관계를 이루어야 하느냐는 문제부터,시장을 통한 통화의 간접규제수단을 정착시키는 일까지가 모두 중앙은행의 위상 재정립과 직결된다.
이 경우 피할 수 없이 맞닥뜨려야 하는 문제가 바로 금융에 대한 「감독권」은 누가 갖느냐이고,이같은 모든 문제를 포함해 정부기관간의 「부처 이기주의」를 새 정부가 어떻게 극복하는가 하는 정치력이 결국 문제해결의 열쇠가 된다.
은행 인사·경영의 자율성 회복도 누구나 입에 올리는 문제지만 이 역시 은행에 주인을 찾아줄 것이냐 아니냐,더 나아가서는 대기업 정책과 금융정책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하느냐는 근본문제의 해결이 없이는 풀릴 수가 없게 되어 있다.
예컨대 오는 25일 상업은행이 주총을 열고 은행장을 뽑아야 하는데 누구나 이번 만큼은 인사가 「자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하지만,어느 누구도 8%를 넘는 지분을 갖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과연 누가 은행장을 「자율적」으로 뽑느냐하는 문제는 별로 심각하게 거론되지 않고 있는 식이다.
이같은 문제들에 비하면 그래도 수월하게 손을 댈 수 있는 금융자율화의 첫걸음이 바로 금리자유화와 정책금융의 축소다.
금리자유화는 지난 89년에도 시도되었다가 곧바로 좌절된 경험이 있는데 올해는 금리자유화를 전제로 한 한해의 통화관리 계획이 이미 서 있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 상반기 안에 본격적인 금리자유화의 첫걸음이 시작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한은의 위상을 정하는 문제나 산업정책과 금융정책의 조화를 찾는 일,은행의 주인을 어떤 형태로 찾아주느냐 하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들은 결국 금융당국 차원이 아닌 새 정부의 판단과 결단에 맡겨지는 문제들인 것이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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