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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속의한국기업] 홍콩 블루오션 개척…금융 영토 넓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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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 현지 투자은행(IB)을 설립한 우리은행이 지난해 11월 홍콩에서 개최한 개소식 리셉션(上). 같은 시기에 IB를 출범시킨 신한은행 관계자들이 개업식에 참석해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下)

“무궁무진한 시장이 우리 앞에 널려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좀 더 일찍 나오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다.” 지난해 11월 각각 홍콩에 투자은행(IB)을 개설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현지 대표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 동안 국내에서 우물 안 개구리 식 영업을 했던 게 후회스럽다는 얘기다. 전 세계 초일류 금융기관들과 경쟁을 하자니 힘에 부치기는 하지만 좀 더 노력하면 국내 금융산업의 국제화에 선구자적 족적을 남길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우리은행의 홍콩 현지 lB인 우리투자은행은 출발부터 공격적이었다. 실질적인 역외투자 경험이 거의 없는데도 17명의 대규모 직원(?)에 초기 자본금 5000만 달러의 역외 현지법인을 세웠기 때문이다. 영업도 홍콩만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와 중동지역, 중·동부 유럽국가 등에 있는 기업과 금융기관, 정부기관 등을 시장으로 잡았다. 주력 영업분야는 대규모 금융차입 중개와 부동산 개발 금융, 현지 인수합병 업무였다. 당시 현상순 대표는 “ 우리나라 금융산업은 진정한 의미에서 국외 진출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투자은행의 성공을 통해 국내 은행산업의 새로운 성장 엔진 및 수익모델을 발굴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8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투자은행의 족적은 심상치 않다. 이미 직원만 외국인 금융전문가 15명을 포함해 37명으로 설립 때보다 두 배 이상이 됐다. 물론 실적도 만만찮다.

 이미 유럽계 은행과 공동으로 걸프 지역인 아부다비 발전소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참여하는 등 지금까지 7개 프로젝트에 모두 6억 달러 정도의 금융조달을 주선했다. 25일 계약을 한 일본계 선박금융 파이낸싱에는 신한은행의 홍콩 IB인 신한아주금융유한공사와 공동 참여해 국내은행 간 협력을 다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다음주에는 베이징(北京) 올림픽 단지 부근에 베이징 모건 센터라는 아파트와 사무실 단지 건설을 위한 3억5000만 달러 규모의 건설 파이낸싱에 단독 주간사 역할을 하게 됐다. 그러나 현 사장은 배가 고프다. “정말 이렇게 금융시장이 넓은 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습니다. 한마디로 무궁무진한 시장이 널려 있습니다. 한국금융이 하루 빨리 이 거대한 시장에 눈을 떠야 합니다.”

 물론 모든 게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세계 금융시장은 넓지만 골드먼삭스나 메릴린치 같은 초일류 금융기관과 경쟁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자금력이나 분석력 또한 그렇다.

 현 사장은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인재 부족이다. 역외 파이낸싱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산업 분석능력과 국가 리스크 관리 능력인데 이를 감당할 인재가 한국엔 거의 없다”고 아쉬워했다.  한국금융이 국제무대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애널리스트와 이코노미스트를 많이 양성해야 한다는 말이다.  

신한아주금융은 우리은행과 대조적으로 신중한 접근을 했다. 직원은 우리투자은행의 절반인 8명에 불과했다. 비즈니스 역시 글로벌 IB기관과의 제휴 및 협력 구축을 통해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나 M&A 투자 등 전통적인 IB 업무에 중점을 두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유가 증권 등 자본시장 등으로 자본 운용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포석이었다.

 이 전략에 맞춰 신한아주금융은 유럽의 양대 글로벌은행인 BNP파리바 및 도이치방크와 IB 업무 관련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했다. 우선 이들과 협력해 국제시장의 분위기를 익히고 사업영역을 넓히겠다는 계산이었다.

 8개월이 지난 지금 유광호 법인장은 “시장이 너무 넓고 기회는 너무 많다. 좀 더 빨리 나올 걸 그랬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은행 현 대표와 같은 얘기다. 거대한 국제시장을 보고 난 후 도전적으로 바뀔 필요성도 있다는 시사다. 실제로 설립 당시 8명이던 직원은 이미 18명(외국 전문인력 10명)으로 늘었고 연말에는 25명, 내년에는 50명까지 대폭 늘릴 계획이다. 물론 실적도 좋다. 이달 초 JP모건과 함께 6억 달러에 달하는 싱가포르 은행 인수금융에 7500만 달러를 투자하는 등 지금까지 10건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그는 “이렇게 국제시장이 있는데 국내 좁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국내 금융산업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금융기관이 해외에서 성공하기 위한 전제조건도 잊지 않았다.“무엇보다 해외로 나가겠다는 경영인의 의지가 중요하다 ”고 말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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