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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마치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어떤 사람이 건널목을 건너다 질주하는 자동차에 치여 뼈가 부러지고 큰 외상을 입는 사고가 생겼다고 하자.
그 상황을 설명하는 데는 여러 가지 표현 방법이 있을 것이다. 먼저 앰뷸런스에 실려 병원으로 가 몇 장의 X-레이를 찍고 난 후 뼈를 어떤 방법으로 고정했으며 찢어진 살을 어떤 바늘로 몇 바늘 꿰매고 어떤 주사를 맞고 지혈을 어떻게 시켰다고 설명하는 방법이 있겠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면서 길을 건넜기에 차가 오는 줄도 몰랐을까. 사고가 난 후 얼마 만에 앰뷸런스가 왔을까. 응급실에 실려갔을 때 그곳 의사의 태도는 어떠했을까. 그 건널목에 신호체계가 잘 되어 있었나』등에 초점을 맞춰 설명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 칼럼을 쓰면서 독자들에게 의학전문 지식을 어떤 표현을 써서 쉽게 읽혀지도록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데 나름대로 고충이 있었다. 그래서 앞에서 설명한 교통사고의 경우 뼈를 고정하는 방법을 설명하기보다 『그 사람이 왜 차가 오는 줄도 모르고 길을 건너게되었을까. 건널목에 신호등이 있었나』등에 대한 설명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뼈를 고정하고 지혈을 하는 방법의 설명은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것은 의사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칼럼을 쓰면서 의료의 대중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할 시기에 와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됐다. 병원의 문턱이 턱없이 높고 의사의 위상이 지나치게 대중과 격리된 특권 계급으로 위장돼 있는 허울을 과감히 벗어야할 시기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고전음악을 전공한 음악가가 때로는 대중가요를 불러 고전음악과 대중의 접근을 시도하듯이 의사들도 항상 병원이란 울타리 속에 갇혀 앓고 있는 환자들만 치료할 것이 아니라 가운을 벗고 대중 속에 뛰어들어야겠다. 그래서 질병을 가진 환자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이 보다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평범한 이야기를 오순도순 할 수 있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상묵<서울대 의대 병원장>】
◇알림=새해부터는 김용일 교수(서울대병원 제2진료부 원장·병리과)가 집필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수고해주신 최상묵 교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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