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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헌신·천재성·압도적 실력 … 해밀턴은 'F-1의 우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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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올해 데뷔한 F1 최초의 흑인 드라이버 루이스 해밀턴(右)은 ‘F1의 타이거 우즈’로 불린다. 백인 중심의 골프를 우즈(上)가 평정했듯, 해밀턴도 압도적 실력으로 F1을 정복하고 있다. 골프와 F1에서 흑인 수퍼스타의 탄생은 혁명적 사건으로 여겨지고 있다. [중앙포토]


6월의 셋째 주말, 미국에서는 두 개의 메이저 대회가 열렸다.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인근에서는 US오픈 골프대회가,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는 F1(포뮬러 원.자동차 대회) 미국 그랑프리가 열렸다. 성적과 관계 없이 US오픈의 주인공은 타이거 우즈(32.미국)였고, F1 미국 그랑프리의 주연은 흑인 최초의 F1 드라이버 루이스 해밀턴(22.영국)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골프 세계를 평정한 우즈는 단순한 스타가 아닌 '아이콘'이다. 신인이지만 압도적인 실력으로 시즌 1위를 달리고 있는 해밀턴을 영국의 팬과 언론은 'F1의 타이거 우즈'라 부른다. 백인 중심의 종목에서 유색인종이 톱에 올랐다는 점, 잠재력과 시장성 등 해밀턴은 우즈를 많이 닮았다.

▶혁명

백인.부유함.보수성. 골프와 F1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유색 인종이나 가난한 자를 위한 프로그램은 거의 없었다. 우즈는 1996년 프로에 데뷔해 신인상을 받았고 97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흑인 최초의 메이저대회 우승자였고, 곧 PGA를 좌지우지하는 수퍼스타가 됐다. 최초가 최고가 된 것이다.

캐러비안 출신 이민자 3세 해밀턴. 그가 나타나기 전 F1에는 흑인이 없었다. '황제' 미하엘 슈마허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지만 수퍼스타 공백은 없다. 해밀턴 역시 '최초'지만 판 전체를 뒤흔드는 인물이 됐다.

▶돈=프로의 가치

유럽스폰서십연맹 회장인 영국의 나이젤 커리는 "해밀턴은 앞으로 15년 동안 10억 파운드(약 1조8500억원)를 벌 것이다. 이는 영국이 낳은 스타 레녹스 루이스(복싱.1억3000만 달러.약 1200억원)나 데이비드 베컴(축구.갤럭시와 5년에 2억5000만 달러 계약)을 뛰어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컨설팅 회사 조너 스펜서는 "마이클 조던, 우즈와 같이 이름 자체가 브랜드가 될 만한 스타감은 현재 해밀턴뿐"이라고 분석했다.

해밀턴은 11일 캐나다와 18일 미국 대회에서 연속 우승했다. 영국에서만 캐나다 대회는 연 770만 명, 미국 대회는 730만 명이 TV로 지켜봤다. 이는 지난해보다 각각 200만 명 정도 늘어난 수치다. 7월 8일 열리는 영국 그랑프리의 표는 이미 한 달 전에 매진됐다. 우즈와 마찬가지로 해밀턴의 가장 큰 매력은 압도적 실력이다. 해밀턴의 팀 동료는 챔피언 페르난도 알론소(26.스페인)여서 보조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졌다. "신인이 스트레스에 시달릴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상황은 반대가 됐다.

▶롤 모델(role model)

해밀턴은 인터뷰에서 "내가 성공한다면 더 많은 흑인 어린이들이 F1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흑인 스타가 갖는 의무'에 대해 구체적인 대답을 했다. 우즈는 "해밀턴은 완벽한 롤 모델이 될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롤 모델은 '보고 배울 만 한, 따라할 만한 최고의 스타'를 의미한다.

우즈와 해밀턴은 가장 부유한 스포츠의 정상에 선 흑인이다. 그러나 그들은 배고픔을 견딘 인간 승리의 표본은 아니다. 헌신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타고난 재능으로 승승장구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그들에게 소수 인종의 아픔을 함께 나누라고 요구하는 건 우습다. 그들의 성공 자체가 특정 스포츠에서 소외됐던 이들에게 큰 도전이 되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고 평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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