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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매년 어린이 사망 4백만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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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충분한 영양, 깨끗한 식수, 기초 의료혜택과 초등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매년 필요한 비용은 2백50억 달러(약 2조원). 이로써 매년 4백만명의 어린이들이 목숨을 건질 수 있다고 유니세프(국제연합아동기금)는 23일 발표한 「92세계 아동 현황보고서」에서 밝혔다.
제임스 그란트 유니세프총재는 매일 3만5천명, 매주 25만명, 매년 4백만명의 어린이 목숨을 구하는데 필요한 2백50억 달러란 유럽인들이 1년간 마시는 포도주 값, 미국인들이 연간 마시는 맥주 값, 일본인들의 연간 접대비에도 각각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또 이는 개발도상국들이 군인들에게 지급하는 6개월치 봉급을 합친 정도며, 전세계 군사비의 2.5%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돈의 문제가 아닌 「의지의 문제」라는 것이다.
유니세프가 어린이의 질병과 사망을 줄이기 위한 예방접종사업에 앞장섬으로써 80년대까지만 해도 20%선이던 극빈층 어린이들의 예방접종률은 90년대에 80%선으로 높아져 연간 3백만명의 어린이가 사망·불구·영양실조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났다.
유니세프는 또 ▲주요아동질환 ▲어린이 영양실조율 ▲5세 이하 어린이 사망률 ▲산모 사망률 등을 각각 50%이상 낮췄다. 나아가 ▲안전한 식수 ▲가족계획사업 ▲어린이를 위한 초등교육 등을 대폭 확대한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워 전세계 1백39개국 대통령과 총리들로 하여금 「어린이를 위한 세계정상회담 선언문」에 서명케 한 것이 지난 90년. 이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1백34개국이 각각 「아동복지 10개년 계획」을 유엔에 제출했다.
「세계 아동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아직도 단순한 예방접종만으로도 피할 수 있는 질병 때문에 하루평균 6천명의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이 숨지고 있다. 매년 비타민A 결핍증으로 시력을 잃는 개도국 어린이는 25만명. 생후 약 4∼6개월만 엄마 젖을 먹으면 연간 1백만명의 아기가 목숨을 건질 수 있지만 엄마 젖 대신 분유 등 대체식품으로 자라다 숨지는 어린이가 하루평균 약 3천명에 이른다. 요드는 평생 한 차술 분량만 섭취하면 충분하지만 약 10억의 어린이들이 요드 결핍증으로 정신박약·지체장애 등을 겪을 위기에 있다. 그란트 총재는 이처럼「소리 없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도상국들에 「20·20전략」을 제시했다. 각국이 정부예산의 20%와 국제원조비의 20%를 어린이들을 위해 투자한다면 지구상의 주요아동질환을 억제하고, 어린이 영양실조율을 대폭 낮추며, 깨끗한 식수와 위생적 환경을 마련해 주고, 누구나 가족계획의 혜택을 누리며 초등교육도 받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개발도상국들은 전체예산의 약 10%만을 국민들의 기본욕구를 충족시키는데 쓰고 있으며, 선전국들이 매년 개도국에 지원하는 4백만 달러 중 보건·식수·위생·초등교육·가족계획 등에 쓰이는 돈은 역시 10%정도뿐이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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