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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독, WSJ 인수 앞두자 NYT서 맹비난 … 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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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미디어 황제' 루퍼드 머독의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WSJ) 인수가 눈앞에 다가오자 뉴욕 타임스(NYT)가 머독을 공격하는 기사를 대서특필했다.

NYT는 그간 협상과 관련된 사실 보도 외엔 뚜렷한 태도를 밝히지 않았었다. 그러던 신문이 25일에는 1면을 포함, 3개 면에 걸쳐 머독 뉴스코프 회장의 행적을 혹평하는 장문의 공격성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머독을 자신의 영향력 확대와 이윤 추구를 위해서는 정치적 신념도 서슴없이 버리는 인물로 묘사했다.

미국의 대표적 권위지인 NYT가 개인에 대한 비난에 이처럼 많은 지면을 할애한 것은 머독에 의해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로 영국의 더 타임스와 미국 뉴욕의 뉴욕 포스트, 폭스 TV 등을 소유한 머독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월스트리트 저널까지 인수할 경우 미 언론계는 물론 정.재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게 틀림없다.

이와 관련,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5일 WSJ의 모기업인 다우존스의 주식 중 64.2%를 보유한 밴크로프트 가문과 머독 간 편집권 보장 문제가 거의 합의돼 인수 협상이 곧 타결될 것 같다고 보도했다.

결국 이 같은 상황으로 NYT가 머독의 WSJ 인수를 막기 위해 이례적인 인신공격에 나서게 된 것이다. NYT는 먼저 "머독이 근본적으로 보수주의자임에도 불구하고 회사 이익을 위해 클린턴 전 대통령 등 민주당 유력 인사들과 깊은 관계를 맺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뿐이 아니다"라며 "영국에서는 대처와 가깝게 지내며 친보수당-반노동당 노선을 견지하다 노동당 정권이 들어서자 토니 블레어 지지로 돌아섰다"고 공격했다.

그의 국적 문제도 거론됐다. NYT는 "2년 전 머독이 20억 달러를 들여 7개의 방송사를 인수하려 할 때 국적 문제가 걸리자 바로 미국 국적을 바꿨다"고 소개했다. 탈세 시비도 나왔다. "머독은 지난 4년간 94억 달러를 벌고도 법의 빈틈을 이용, 연방 세금을 한 푼도 안 냈다"는 게 NYT의 주장이다.

NYT는 끝으로 머독이 편집권 독립을 약속하나 1981년 영국 더 타임스를 인수할 때에도 마무리 작업이 끝나자 바로 간섭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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