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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 예비주자 18명 중 참전 경험자는 두 명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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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의 33대 대통령인 해리 트루먼부터 41대 대통령인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까지 48년 동안 미국을 이끈 9명의 대통령은 모두 군 복무 경험이 있다. 트루먼은 제1차 세계대전, 아버지 부시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35대 대통령인 존 F 케네디는 일본이 진주만을 폭격한 직후 해군에 자원 입대했다.

트루먼과 아버지 부시가 대선을 치른 1940년대 초와 80년대 말까지의 분위기는 '대통령이 되려면 군에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병역 기피자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42대)과 베트남전쟁 중 미국에서 공군 주 방위군으로 근무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각각 전쟁터에서 조국을 위해 싸운 경험이 있는 정치인들을 꺾고 대선에서 승리하자 '군 복무=대통령 당선의 필수조건'이라는 등식은 깨졌다.

이처럼 달라진 분위기는 2008년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뛰고 있는 예비후보들에게서 더욱 두드러진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선 주자 18명 가운데 참전 경험자는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던컨 헌터 하원의원 두 명뿐이다. 매케인은 베트남전에서 해군 조종사로 활약하다 격추되는 바람에 하노이 포로수용소에서 5년 반을 지냈고, 고문도 당했다. 헌터는 공수부대와 육군 수색대의 일원으로 베트남에서 싸웠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여성이라 징병제 시절에도 징집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 그가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활동했고, 올 1월 이라크를 방문해 미군을 격려한 것은 '여성이 군 통수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까'라는 일각의 의구심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힐러리와 각축을 벌이고 있는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징병제가 모병제로 바뀐 73년 당시 18세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징집 대상이 아니었다. 공화당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과 마이클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도 마찬가지다.

공화당 선두주자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징병 대상의 일부에 면제 혜택을 주는 추첨제도의 덕을 봤다. 그는 뉴욕대 법과대학원 재학 시절과 졸업 뒤 연방판사 활동을 하면서 두 차례 입대를 연기하다 추첨 끝에 면제됐다.

같은 당 미트 롬니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대학생일 때 징집 대상에 올랐으나 프랑스에서 모르몬교 포교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입영을 연기한 뒤 추첨 끝에 이 혜택을 입었다. 민주당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도 같은 경우다.

공화당에서 줄리아니와 매케인을 위협할 정도로 급부상하고 있는 영화배우 출신 프레드 톰슨 전 상원의원은 징병 대상에 오르기 전에 이미 자식을 얻었다는 이유로 징집이 유예됐다. 민주당의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 조 바이든 상원의원, 데니스 쿠치니치 하원의원과 공화당 톰 탄크레도 하원의원은 군 신체검사에서 탈락했다.

전쟁에 나간 매케인과 헌터 외에 군 복무를 마친 사람은 다섯 명이다. 공화당의 론 폴 하원의원은 공군 하사로, 같은 당 짐 길모어 전 버지니아 주지사는 서독에서 육군 병사로 근무했지만 전투 경험은 없다. 이 밖에 민주당의 크리스 도드 하원의원과 공화당 토미 톰슨 전 위스콘신 주지사는 예비군으로 복무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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