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승돼야 할 제조업대책(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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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6공화국 시절의 우리 경제가 걸어온 길을 한마디로 압축하면 제조업의 경쟁력 상실과 이를 회복하기 위한 몸부림의 연속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개발의 부진,임금상승과 노사분규,그리고 제조업 생산의 위축과 수출부진 등 6공경제의 주름살은 대부분이 제조업 경쟁력 약화의 원인과 결과라는 성격을 짙게 띠고 있다.
23일로 막을 내린 제조업 경쟁력 강화대책회의는 2년동안의 분기별 회의를 통해 제조업의 인력난과 자금난 해소·금리와 임금의 안정·투자활성화·중소기업지원·수출증대·기술개발 촉진을 위한 수많은 정책수단들을 논의했고,중소기업 경영자와 노조대표들을 포함해 제조업 현장의 다양한 입장과 견해들을 청취했다.
이같은 활동을 통해 대책회의는 정부의 경제정책 수행과 기업의 경영활동을 제조업 경쟁력 강화라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결집시키고 이 목표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구축하는데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중소기업 경영자의 잇따른 자살소식 속에 대책회의를 마무리 할 수 밖에 없었던 사정이 상징하듯,대책회의가 해결할 수 없었고 또 해결하지 못했던 과제들도 한둘이 아니었다. 경쟁력 강화의 유력한 수단으로 온갖 명목의 지원금융이 동원됐지만 정작 정책의 일선집행기관인 은행의 창구는 대책회의 탁상의 의지를 수용하기 어려운 별개의 관행을 고수하고 있었다. 바로 이 때문에 어느 때 보다 풍성한 자금지원의 「계획」과 또 어느 때보다 빈번한 중소기업부도와 도산이 병존해 왔던 것이다.
개발된 기술을 수익성 높은 제품생산으로 연결시키는 작업의 어려움 때문에 제조업 경쟁력 강화가 지연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정책수단의 개발은 활발했지만 실효성있는 집행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결국 대책회의의 숱한 대책들도 한정된 성과를 거둘 수 밖에 없었다. 제조업 경쟁력의 현실태와 그 국민경제적 의미를 감안할때 우리는 제조업 경쟁력을 회복하려는 집중적 대책이 새 정부에 의해 한층 강력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믿는다.
여기서 우리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종합대책을 정부가 주도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경쟁력 강화와 내실을 가꾸는 주체는 민간기업의 경영자와 근로자들이라는 사실이다.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가 할 일보다 기업의 할 일이 훨씬 더 많고 또 더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의 각종 지원을 제약하는 대외통상환경의 변화라든가 정책금융의 축소를 전제로 하는 금융자율화의 임박을 고려할때 정부의 역할은 금리와 임금의 안정을 유도하고 기업활동에 대한 행정규제들을 과감히 줄이며 기술중시·생산존중의 사회의식을 고취하는데 치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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