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농구 슛 도사 문경은 모셔오기 열전|삼성-현대 (3월 가 등록 앞서) 또 붙었다|이충희 이후 11년만의 자존심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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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대학농구 최고의 슛쟁이 문경은 (연세대 3년)이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라이벌의 스카우트 싸움에 휘말려 진로가 주목되고 있다.
현재 92농구대잔치가 한창 진행중인 과정에서 두 실업팀이 문 선수를 놓고 불꽃튀는 스카우트 경쟁을 펼치게된 것은 『대학 선수는 4학년이 되는 연도의 3월1일부터 가 등록이 가능하다는 농구 협회의 규정 때문이다. 따라서 문을 스카우트해 묶어놓을 수 있는 기간이 2개월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는 지난 81년 이충희 (이후 11년만에 슈퍼스타 문을 놓고 자존심이 걸린 뜨거운 한판 승부를 펼치게돼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시 이충희는 삼성 쪽으로 거의 기울어졌었으나 막판에 금전 공세를 펼친 현대행으로 결판이 난바 있어 문경은 쟁탈전은 자못 흥미롭기까지 하다.
문은 삼성전자의 김현준 (32)과 쌍벽을 이루는 국내 남자 농구 최고의 슈퍼스타다. 김의 고교 (광신상고) 대학 (연세대)의 후배이기도 한 문은 지난해 매게임 평균 득점 22·1점 (19게임·총4백20점)을 기록했고, 올해에도 3게임에서 70점을 마크 (게임 평균 23·33점)하고 있다 (올해 김현준은 게임 평균 25점·5점).
그러나 문경은은 1m90㎝의 대형 골게터로 앞으로 실업팀에 입단할 경우 1m82㎝로 작은 이충희나 김현준 보다 더욱 「공포의 슈터」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문은 왕년의 미국 영화배우 몽고메리 클리프트를 연상케 하는 미남 선수여서 여고생 팬들의 우상과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따라서 삼성·현대 두 실업팀은 기업 홍보 차원에서도 팬을 몰고 다니는 문의 스카우트에 결사적이다.
삼성은 김현준이 앞으로 기껏해야 2년 정도면 은퇴하게 되고 현대도 골게터 이원우 (34) 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코트를 떠날 것으로 보여 두팀 모두 문경은 스카우트에 팀의 사활을 걸고 싸움을 벌이고 있다. 문의 스카우트 경쟁에서 중앙대 출신 일색인 기아자동차와 학교측과 껄끄러운 관계인 SBS는 이미 탈락한 상태여서 삼성·현대의 경쟁은 갈수록 더욱 첨예화 될 전망이다. 연세대에는 3학년 선수로 문 외에 센터 겸 포워드인 김재훈 (1m93㎝)이란 빼어난 선수가 있으나 두 팀은 문에게 더욱 관심을 두고 있다. 삼성은 이창수 (lm96㎝) 서대성 (1m95㎝) 김윤호 (1m92㎝) 등 센터진이 풍부하고 현대도 내년 시즌에는 중앙대를 졸업하는 2m5㎝의 정경호를 이미 스카우트한바 있어 슈터를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두 팀은 최근 문의 부모와 접촉, 2억원 이상을 스카우트비로 제시한바 있어 앞으로 경쟁이 격화될 경우 사상 유례없는 엄청난 몸값이 오가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방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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