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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측근비리 개입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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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 노무현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회의실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지난해 5~7월 측근인 최도술(崔導術.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구속)씨와 안희정(安熙正.열린우리당 충남도지부 창당준비위원장.구속)씨에게 34억여원의 장수천 빚 문제를 해결하라고 여러 차례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민주당 부산 선대위의 지방선거 잔금 2억5천만원을 빚 청산에 쓰도록 崔씨에게 직접 지시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장수천은 盧대통령이 한때 실소유주로 있던 회사로,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빚 변제 등을 둘러싼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盧대통령은 또 지난해 11월 9일 썬앤문 그룹 문병욱(文炳旭.구속)회장이 이광재(李光宰.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씨에게 1억원을 줄 때와 12월 7일 文씨가 경남 김해에서 여택수(呂澤壽.청와대 제1부속실 선임행정관)씨에게 3천만원을 건넬 때 모두 함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실은 대검 중수부(부장 安大熙검사장)가 29일 盧대통령 측근 비리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공개됐다.

검찰은 또 盧대통령의 후원회장 출신인 이기명(李基明)씨와 강금원(姜錦遠.구속)창신섬유 회장 간의 용인 땅 거래(지난해 8월) 역시 장수천 빚을 갚아주기 위해 姜씨가 편법으로 19억원을 건넨 정치자금법 위반(무상대여) 행위라고 결론지었다.

검찰은 당시 盧대통령이 姜씨와 안희정씨에게서 땅 매매 계약을 통해 빚을 갚겠다는 보고를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盧대통령이 측근들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의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부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安중수부장은 그러나 "헌법 제84조(내란.외환의 죄를 범하지 않는 한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조항)에 따라 盧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지금 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盧대통령의 조사는 임기 후 횡령 및 정치자금법 위반 부분에 대해 이뤄질 전망이다.

검찰은 이날 안희정씨와 이광재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하고, 이미 기소한 崔씨와 文씨.김성래(金成來)전 썬앤문 그룹 부회장 등에게도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추가했다. 또 盧대통령의 전직 운전기사인 선봉술(宣奉戌.전 장수천 대표)씨를 자금세탁 방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29일 저녁 청와대 관저에서 열린우리당 김원기 상임의장, 정대철 고문, 이상수 의원 등과 만나 "검찰이 대통령 주변까지 샅샅이 파헤치는 것은 시대의 흐름으로 이제 그 누구도 막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고 이 자리에 참석한 관계자가 전했다. 관저 만찬엔 문희상 대통령 비서실장과 유인태 정무수석도 함께했다.

盧대통령은 또 "대선 때 (여러분들이) 그렇게 고생했는데 미안하고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신용호.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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