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 생수 먹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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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 당국이 환경보호를 위해 시청과 산하 기관에 생수 구입 금지령을 내렸다. 24일 미 언론들에 따르면 가빈 뉴솜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이 같은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뉴솜 시장은 "샌프란시스코의 수돗물이 미국의 어느 지역보다 맛있고 깨끗하다"며 "환경보호를 위해 생수 대신 수돗물을 마시더라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시 당국은 다음달부터 병에 담긴 생수 구입을 금지하고 12월부터는 생수통 정수기에서 따라 마시는 물도 먹지 못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 같은 조치는 생수를 담는 페트병이 환경을 망치고 있다는 인식에서 나왔다. 미국에서 사용되는 페트병을 만들기 위해 한 해 1억5000만 L의 석유가 쓰여진다고 한다. 또 이를 차량으로 운반하는 데도 적잖은 기름이 사용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페트병은 재활용이 불가능해 사용 후 땅에 묻어야 한다.

샌프란시스코 시 당국은 시에라 사막의 저수지에서 물을 끌어와 시민들에게 깨끗하고 맛있는 수돗물을 공급해 주고 있다고 홍보해 왔다. 시 당국은 길거리에서 눈을 감고 생수와 수돗물의 맛을 비교하는 행사를 여는 등 그간 수돗물 마시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펴왔다.

이번의 생수 금지 조치도 다른 민간기업 등에 확산되기를 시 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표면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는 시 당국이 생수 구입에만 한 해 50만 달러(약 4억6000여만원)를 사용한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홍역을 치러야 했다.

이로 인해 이번 생수 금지 조치도 지난 언론 보도 때문에 나온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없지 않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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