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곳곳서 "파업 어렵다" 철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현대차노조가 빠진 채 강행한 금속노조의 5일간 파업일정 첫날인 25일. 2시간의 부분파업을 벌이기로 한 광주.전남 지부 소속 11개 노조는 단 한곳도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현대삼호중공업 노조는 "현대차처럼 28~29일만 파업에 참여키로 했다"고 했고 기아차 광주공장 측은 "27일 찬반투표 결과에 따라 참가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고 말했다.

대전.충북 지부에서도 한라공조 노조가 이날 아침 긴급 간부회의를 열어 "현대차노조가 파업을 철회하는 바람에 조합원의 반대 의견이 확산됐다"며 이날 오후 3시부터 벌일 예정이던 파업을 취소했다.

충남지부에서는 당진 현대제철 등 30개 업체가 파업에 참여했지만 사업장별 참가 노조원 수가 100여 명에 그쳐 공장 주변 주민들은 파업이 있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현대차노조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파업 중 부분파업을 철회하면서 금속노조의 FTA 파업 열기가 크게 식고 있다.

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이날 파업에는 해당지역 조합원 2만명 중 11.5%인 2256명(17개 사업장)이 참가하는데 그쳤다. 실질적으로 금속노조를 이끌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대우.쌍용 등 완성차 4개사가 부분파업에 빠지면서 파업의 동력을 잃고있는 것이다. 완성차 4개사는 금속노조 전체 조합원(14만3000명)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힘빠진 반 FTA파업=25일 현대차 울산공장엔 매일 아침 벌여왔던 총파업 독려 출근투쟁이 사라졌다. 출근투쟁은 현대차노조 간부 1000여 명이 출근시간인 오전 7~8시 5개 정문 앞에 모여 '생존권 사수' 등 피켓을 들고 조합원의 파업 참여를 독려하는 모임으로 지난 18일부터 매일 해오던 것이다.

이날 오후 열린 현대차노조의 임원.대의원 간담회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졌다.

대다수 대의원들은 "조합원의 정서상 현대차만 5일 연속 파업을 강행하기 어려웠다"는 이상욱 노조위원장의 설명에 박수를 보냈다.

현대차노조의 한 간부는 "일단 28일 파업은 한다"는 말만 되풀이, 분위기에 따라서는 29일 파업 철회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속노조와 현대차지부 홈페이지에도 "현대차지부의 부분파업 철회를 환영한다" "28~29일 파업도 철회하라"는 글이 줄을 이었다.

◆금속노조-현대차노조 갈등=현대차노조의 25~27일 파업 불참으로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다. 금속노조는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차지부의 결정에 대해서는 이후 의결기구에서 따로 다뤄질 것"이라며 현대차지부에 대한 징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조합의 산하 조직은 조합 의결기관에서 결정한 쟁의 관련 사항을 반드시 집행해야 한다'는 금속노조 규약(70조 쟁의결의의 효력)을 근거로 한 얘기다.

금속노조는 전날 현대차노조가 25~27일 부분파업 철회결정을 한 직후 현대차를 포함한 지부.지회장에게 보낸 공문을 통해서도 "(현대차)지부에서 의결기구(금속노조 대의원대회)의 지침을 따르지 않는 변형된 형태의 어떠한 행위도 올바른 투쟁으로 볼 수 없다. 집행부가 의결사항을 따르지 않으면 조직의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대차노조 측은 자신들의 결정이 "흩어지는 힘을 모아 총력 투쟁을 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금속노조의 징계 움직임에 대해 "기아.대우.쌍용차 지부가 먼저 대오를 이탈했는데 모두 처벌하면 금속노조 자체가 와해된다"고 맞받았다.

이기원.서형식.천창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