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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가까워지는 손학규와 김근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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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25일 범여권 합류 의사를 밝혔다. 정중동 상태에서 범여권 인사들과 교류 폭을 넓혀온 그가 탈당 후 100일을 앞두고 향후 로드맵을 공개한 셈이다. 이날 오후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만난 그는 “김 전 의장의 대통합 정신과 뜻을 충실히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앞서 오전에는 자신을 공개 지지한 열린우리당 탈당파 의원 7명과 만나 “범여권 통합을 위해 불쏘시개든 밀알이든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다.

즉답은 피했지만 오픈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를 염두에 둔 듯 각오도 내비쳤다. "대통합이라는 미명하에 단지 정치인과 제 세력간 야합이 되거나 우리 정치를 과거로 되돌려서는 안 된다. 기존 여권을 적당히 얼기설기 재구성하면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자칫 잘못하다가는 통합 과정이 또다른 실망과 좌절을 줄 수 있다"며 "단단히 각오하고 다짐을 해야겠다"고 했다. 소통합과 단순한 세력 연합을 지양하는 큰 그림을 강조한 말이다.

그는 이어 "어떤 비판이나 유혹이 있어도 이것이 대의다, 이것이 옳은 길이다 생각하면 자질구레한 것을 눈치 보는게 아니라 꿋꿋하게 가자"며 탈당과 범여권 진입에 따른 비판적 시선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회동 후 자리를 뜨면서도 "(늘 가는 곳이지만)지리산은 의연하지"라며 단단한 각오를 엿보였다.

손 전 지사의 결심에 김 전 의장은 “새 세기엔 희망과 발전, 신뢰가 함께하지 못하면 국민이 단합하지 못한다”며 “손 전 지사의 국민대통합 방향은 전적으로 타당하다”고 화답했다. 지난 주말 지리산 종주 후 줄곧 '대의통천(大義通天. 큰 뜻으로 하늘과 통하다)'을 얘기하는 손 전 지사에게 “'대의멸친(大義滅親.사사로운 친소 관계를 떠나 큰 뜻을 좇는다)'을 기억하자”고 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대통합을 완성하기 위해 소원했던 세력까지도 품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때를 기다려온 손 전 지사와 손 전 지사를 기다려온 김 전 의장. 오랜 지기인 두 사람이 그리는 범여권 통합 시나리오가 점점 더 닮아가는 모양새다.

박연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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