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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깨끗한 대선캠페인(국운 걸린 공명선거:12)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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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표의 선택… 막중한 책임/포기하면 비판자격도 없어져/「최선」없을땐 「차선」투표 불가피
투표가 드디어 눈앞에 다가왔다. 중앙일보의 공명선거 캠페인도 「투표와 기권」의 문제를 짚으면서 대미를 장식하고자 한다. 중앙일보의 캠페인을 지켜본 유권자들의 얘기부터 들어보자.
이북 출신의 70세 이윤조씨(아현동). 『국민의 기본적인 책임이자 권리 아닙니까. 국가대사인데 꼭 참여해야지요.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이번 선거도 혼탁했으니 표로 심판해야지요.』
처음으로 대선투표권을 행사한다는 성심여대 4년 문수빈양. 『막상 권리가 생기니 「이 사람이다」싶은 후보가 없어요. 그래도 차선을 골라야죠. 참여한 사람만이 비판도 할 수 있잖아요.』
기권하는 사람들은 무슨 마음일까. 정치·심리학자들은 몇가지 유형을 든다.
첫째,「정치혐오형」이다. 불신감에서 정치라고 하면 얼굴부터 돌린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기권이 정치를 「문제아」로 만드는데 일조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둘째,가장 흔한 경우로 「선택고심형」이다. 며칠동안 고민했으나 도저히 양심상(?) 찍을 후보가 없다는 얘기다. 강영훈·이한빈·남진우씨 등 「나라를 위한 원로모임」회원들은 성명을 내고 『최선이 없을 때는 차선을 그것도 없을 때는 최소의 악이라도 선택하자』고 호소했다.
서울대 김광웅교수(정치행정학)는 『정치적 선택이란 결코 엄숙한 신앙고백이 아니라 통치형태에 관해 하나의 계약을 맺는 것』이라고 말했다.
셋째,「불감형」이다. 후보도 후보지만 선거쟁점으로 볼때 별로 투표할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87년 얘기를 많이 한다. 『그때는 「민주대 반민주」「군정종식」이란 뜨거운 쟁점이 있어 투표장이 유권자를 잡아당겼다. 관권이니 금권이니 하는 문제에 관심없다.』
이 시각은 「92년 한국의 선택」이 가지고 있는 중요성을 놓치고 있는듯 하다. 굳이 후보들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이번 대선의 선택은 민간대통령·경제도약·통일준비라는 과제를 짊어지고 있다.
넷째,「책임회피형」이다. 나는 투표하지 않았으니 다음 대통령이 나라를 잘못 이끌어도 알바 아니다는 논리다. 이는 무책임하고 비겁한 태도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사회가 잘돼 열매가 생기면 손을 내밀고 어려워지면 『난 책임없다』고 발을 빼는 무임승차 주의에 불과하다.
다섯째는 「이기주의형」이다. 날씨가 추우니 외출하기 싫다거나 모처럼 공짜공휴일이 생겼으니 즐기자는 생각이다.
이는 민주사회 시민으로서 「자격미달」이라 할 수 있다. 토요일까지 묶어 연휴를 이용하더라도 아침 일찍 투표장을 거쳐가는 성의쯤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기권은 결코 많지 않을 것이다. 87년 12월16일은 전국 최저 평균이 영하 4.5도였는데도 대선 평균 투표율(88.15%)보다 높은 89.2%를 기록했다. 85년 2·12총선 날엔 겨울비가 내렸는데도 84.6%(역대 총선 평균 78.7%)나 됐다.
내 손으로 대통령을 뽑은 직선제는 그동안 대체로 높은 투표율을 보여왔다. 2대(88.1)·3대(94.4)·4대(97)·5대(85)·6대(83.6)·7대(79.8)·13대(89.2%).
각 정당이나 선관위는 이번 투표율이 87년보다는 다소 낮겠지만 그래도 80%는 무난히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87년처럼 각목·화염병·돌멩이가 난무하고 「경상도」「전라도」를 외치던 원시적 장면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부분적으로는 많이 나아졌지만 금권·관권시비,색깔론·자질론·건강론에다 폭로·흑색선전·비방·지역감정 조장은 여전히 없어지지 않았다.
이제 이를 정리하는 숙제는 유권자의 손에 달렸다.
지금까지는 후보의 정치대결장이었다면 18일은 유권자가 자신과의 의지싸움을 하는 날이다.<김진기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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