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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청년을 꿈꾼다 ⑮ 눈 건강

중앙선데이

입력


경희의료원 안과 진경현(왼쪽) 교수가 환자의 눈을 검사한 뒤 모니터를 보며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를!”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험프리 보가트가 잉그리드 버그먼의 눈을 바라보며 이렇게 속삭인다. 눈은 사람을 끄는 힘과 개인의 온갖 미묘한 감정이 담긴다. 그래서 일반인은 눈을 ‘마음의 창(窓)’, 의학자들은 ‘밖에서 보이는 뇌’라고 부른다. 이 눈이 젊음을 잃을 때 사람은 자신감을 잃게 마련이다.

남성은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고 약해지거나 신문을 보기 위해 돋보기를 써야 할 때, 여성은 폐경기로 얼굴이 화끈거려 잠 못 이루거나 돋보기를 쓸 때 삶의 속절없음을 느낀다고 한다.

노안(老眼)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진행 속도가 빨라져 자신감을 더욱 잃는다. 노안은 두통ㆍ메스꺼움ㆍ현기증 등 다른 증세를 불러온다. 상당수는 노안이 제법 진행할 때까지 자신의 눈 상태를 모른 채 고통을 받는다.
 
안구근육 쇠퇴가 노화 초래

사물을 볼 때 카메라의 렌즈에 해당하는 수정체가 볼록해졌다 오목해졌다 하면서 원근을 조절한다. 이때 수정체를 붙잡는 모양체, 모양소대 등 주변 근육이 수정체의 두께를 조절한다.

노안은 안구 조절의 탄력성이 감소하거나 조절근육이 쇠퇴해 수정체가 적절하게 팽창하지 못해 생긴다. 일부 학자는 매년 0.2㎜씩 자라는 수정체가 눈 속을 꽉 채울 정도로 커져 조절근육이 수축해도 수정체가 더 이상 볼록해지지 못해 원시(遠視)가 생긴다고 설명한다.

둘 다 노화에 따라 눈 근육의 조절능력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굴절 이상으로 생기는 원시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돋보기 잘못 끼면 노화 촉진

사람마다 대책이 다르다. 가벼운 근시로 안경을 끼는 사람은 신문이나 책을 읽을 때 안경만 벗으면 되며, 정상 시력에 가까운 사람은 글을 읽을 때에만 돋보기를 쓰면 된다.

-3디옵터 이상인 ‘안경잡이’는 이중 또는 다중초점 렌즈를 끼면 멀리 있는 물체부터 가까이 있는 물체까지 볼 수 있어 좋다. 그러나 골프 칠 때 미스샷을 할 수도 있다. 이런 사람은 정상 시력을 이끄는 안경과 이보다 약간 낮은 도수의 안경을 번갈아 쓰는 것도 방법이다. 이때 가급적 안과 전문의의 진찰을 받도록 한다. 정확한 검사를 받으면 노안 외의 다른 눈 질환을 조기 진단할 수 있다. 또 눈의 남아 있는 조절 능력을 무시하고 무턱대고 돋보기를 사 끼면 노안의 진행 속도를 부채질할 수도 있다.

요즘에는 공막밴드 삽입술, 특수콘택트렌즈, 인공수정체 삽입술, 열응고 각막성형술, 엑시머 레이저 노안교정술 등 노안을 교정하는 다양한 치료법이 등장하고 있지만 사람마다 효과가 다르고 부작용이 뒤따르므로 치료법을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너무 밝은 데서 신문 보지 말아야

노안을 막는 음식은 없지만 평소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어 황산화 물질을 듬뿍 보충하면 노화를 더디게 할 수 있다.

눈을 집중해 일할 때에는 1시간마다 10분씩 먼 곳을 바라보며 눈을 쉰다. PC를 오래 볼 때에는 수시로 눈을 깜빡이도록 한다. 신문이나 책은 밝은 곳에서 보되, 지나치게 눈부신 곳은 오히려 좋지 않다. 눕거나 엎드리거나 고개를 지나치게 숙여 책을 보는 것도 눈의 노화를 촉진한다. 30㎝ 거리에서 신문이 안 보이면 노안이라고 생각하고 안과를 찾도록 한다. 심한 근시나 난시로 콘택트렌즈를 끼는 사람에게 노안이 생기면 부작용이 심하고 진행 속도도 빠르므로 빨리 안과를 찾도록 한다.

50세가 넘는 사람은 한쪽 눈을 가리고 틈틈이 달력이나 벽시계를 보면서 시력을 체크하면 백내장 등 눈 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도움말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안과 주천기 교수,경희 의료원 안과 진경현 교수
 

3대 눈 질환 대처법

백내장

수정체가 혼탁해지면서 눈으로 들어오는 빛이 차단되거나 잘못 굴절돼 사물이 잘 안 보이는 병이다.

병을 알자마자 수술해야 하는 경우는 드물며 병이 깊어지면 수술한다. 요즘에는 병세가 깊지 않아도 △갑자기 밝은 곳에 가면 앞이 안 보이거나 △높낮이를 잘 구별하지 못해 낙상의 우려가 있거나 △젓가락질필기를 못하는 등 생활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수술하기도 한다. 수술은 눈을 3㎜ 정도 절개해서 혼탁한 수정체를 빨아당기고 인공수정체를 집어넣으며 20~30분 정도 걸린다.

수술 환자의 30% 정도는 재발한다. 대부분 수술 때에 인공수정체를 넣기 위해 기존의 수정체 껍질을 남겨두는데 이것이 혼탁해지기 때문이다. 레이저를 쏘아 인공수정체의 뒤쪽 껍질을 뚫어주면 시원하게 세상이 보인다.

녹내장

눈의 각막과 수정체 사이의 공간인 앞방은 영양분이 있는 물인 방수로 채워져 있는데 이 방수가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안압이 높아지거나 시신경이 손상되는 병이다.

방수 유출이 안 되는 원인에 따라 약물, 레이저치료, 현미경 수술 등을 받는다.

녹내장은 소리 없이 증세가 진행돼 실명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40세 이상은 1년에 한 번씩 눈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가족력이 있거나 고혈압ㆍ당뇨병 환자, 혈액순환 장애나 고도 근시가 있는 사람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황반변성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하는 망막의 중심 부위인 황반이 노화해 시력이 떨어지는 병. 시야가 흐릿하거나 어둡게 보이기도 하며 물체가 찌그러져 보이거나 색깔이 이상하게 보이기도 한다.

조기에 발견해 레이저치료나 약물치료로 진행을 늦춘다. 최근에는 특정 약물을 정맥 주사한 다음 망막의 특정 부위에만 레이저를 쏘는 치료법이 소개됐지만 이 역시 악화를 막을 따름이다. 최근 미국 제넨테크사(社)가 개발한 치료제 ‘루센티스’의 임상시험 결과 일부 환자가 시력을 되찾아 주목을 끌고 있다. 하지만 이 약은 뇌졸중 위험 등 부작용도 보고되고 있다.

이성주 객원기자·Komedi.co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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